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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성관계, 36주까지는 ‘그린라이트’

입력 | 2016-03-31 16:57:00


임신 중 여성 성욕 오히려 증가하기도
적절한 성관계, 옥시토신 분비돼 부부 친밀해지고 태교 도움

‘아내가 임신 중이어서 외도했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신과 동시에 성호르몬 수치 변동, 신체 생리변화 등으로 불안감을 느껴 성생활을 피하는 부인과 신체변화가 전혀 없어 성욕이 쌓이는 남성은 서로 갈등을 겪기 쉽다. 일부 남성은 이를 핑계로 외도해 눈물로 태교하는 여성이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임신 중 성관계를 가지면 유산할 위험이 높아진다’ 같은 부정적 속설도 임신한 부부의 성생활을 막는 요소다.
 
신혼의 단꿈이 사라지기도 전 임신한 부부는 기쁜 마음과 동시에 한편으론 로맨스가 끝날까봐 걱정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건강한 여성이라면 임신 중 성관계를 맺어도 임신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임신 36주 이후의 부부관계가 조산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꼭 그렇지 않다’는 보고가 여럿 발표되며 성관계를 특별히 금하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임신을 위해 남편과 하루 500번 성관계를 한다”고 주장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래퍼 카니예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 부부도 “임신 후에도 성관계 빈도와 농도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임신 중 건강한 부부생활은 우려와 달리 태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임신 중 부모의 친밀감은 태아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사랑을 듬뿍 받고 태어난 아기는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대인관계도 좋아진다. 친밀감과 관련된 호르몬은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은 임신 중 평소보다 훨씬 많이 분비되므로 이 시기에 성관계를 하면 부부간 더 높은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또 여성은 임신했을 때 호르몬이 불균형해지며 성욕이 오히려 증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여성은 임신 중 성관계 횟수가 줄어들지만 성욕과 성감은 임신 전에 비해 달라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알바라도병원의 아이린 골드스타인 박사가 갓 출산한 17~40세 임산부 188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임신부들의 성욕은 아기를 가진 상태에서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 23.4%는 ‘마음 속에 임신 중 성관계가 아기를 다치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답했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출산 전 3개월 무렵부터 성관계를 하면 태아를 다치게 하거나 낙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임신 중에는 삽입의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안전한 체위를 활용해 부부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대개 임신 36주까지는 ‘그린라이트’다. 가장 무난한 것은 정상위다. 아내의 배를 압박하지 않고 얕게 삽입돼 안전하다. 이때 남편이 무릎과 팔을 짚고 허리를 들어 몸을 지탱하면 더욱 좋다. 정상위에서 남편이 몸을 약간 비껴서는 교차위도 권할 만하다.
 
배가 어느 정도 나오는 임신 중기에는 남편이 아내 등쪽에서 비스듬히 모로 눕는 전측위에 도전해볼 수 있다. 임신 중기 성관계는 임신 기간 중 가장 안심할 수 있는 때다. 다만 조기진통이 있다면 성행위로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자제하는 게 좋다.
 
임신 후기에는 아내를 허벅지 위로 앉히는 후좌위가 유리하다. 임신 극후기에는 자칫 양수가 일찍 터지는 조기파수, 감염, 조산을 겪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국내서는 드물지만 미국 등에서는 아이가 예정일이 지나고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성관계를 가지라는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임신 중 성관계를 주의해야 할 경우가 있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비정상적 질출혈이 나타난다면 무조건 주치의의 조언이 필요하다”며 “태반이 자궁이 아닌 자궁경부에 위치해 있거나, 자궁의 너무 아래쪽에 있는 경우에도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산이나 조산을 경험한 임신부나 임신 초기 출혈·복통을 보인 사람은 임신 초기에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또 지나친 오르가슴은 자궁을 수축시키고 태아의 심박동을 저하시켜 조기분만확률을 높이기도 하므로 ‘격정적인’ 관계는 출산 뒤로 미룬다.
 
임신 중 질내사정이 문제가 될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김태준 원장은 “태아는 양수에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으며 임신 후에는 자궁경부가 닫혀 있어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다만 정액 속 프로글라스틴이라는 호르몬이 자칫 자궁수축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콘돔을 활용하는 게 안심하는 길”이라며 “정액 차단을 위한 게 아니라도 산모는 세균에 감염되면 약물치료가 쉽지 않으므로 성관계 전에는 깨끗이 씻은 뒤 콘돔을 사용하는 게 권장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성관계에 대한 임상시험이 어려운 만큼 모든 속설에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확실한 것은 남녀 모두 임신 중 신체변화와 주의점에 대해 정확히 인지한 뒤 주치의의 조언에 따라 행동하는 게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