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를 시작하며
“진정한 대전맛집 우리가 찾아내겠습니다” 본보 시리즈 ‘대전의 맛있는 정거장’을 위한 암행평가단이 본격활동에 나섰다. 암행평가단은 대학교수, 요리강사, 현직 셰프, 푸드칼럼니스트, 보건위생분야 전문가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숟가락과 포크를 앙증맞게 쥐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모습의 대전도시철도와 시내버스 캐릭터는 웹툰 작가 지망생 이권석 씨(건국대)가 제작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음식이 지역을 알리고, 살리는 ‘아이콘’이 된 지 오래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소비자학과)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15’에서 ‘앞으로 소비자를 매장으로 이끄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 될지 모른다’고 했다. 트렌드 분석가인 뉴질랜드 빅토리아대 이언 요먼 교수는 “음식은 고품질 경험이며 관광 목적”이라고도 했다.
최근 ‘한국에서의 프랑스의 해’ 행사 참석차 방한한 티에리 샤리에 프랑스 외교국제개발부 수석 셰프(48)는 “프랑스 음식과 와인은 앞으로 프랑스 경제와 관광산업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역 브랜드를 향상시키고 사람을 모으는 데 음식만한 게 없다.
○ “대전에 먹을 게 없다?”
그런데도 ‘음식문화는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대전 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없다. 대전에는 먹을 게 없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이는 도시가 매력이 없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반론도 있다. 인석노 대전시 농생명산업과장은 “8도 사람이 모여 있어 어찌 보면 없는 게 없는 곳도 또 대전”이라고 했다. 도시마케팅 전문가들은 “대전에는 충분한 먹거리가 있으나 그 스토리(story)가 텔링(telling)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지난해 대전음식문화진흥원이 연 한 세미나에서는 대전 음식을 브랜드화하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스타 맛집’을 찾아 브랜드화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전의 2만2000여 개에 이르는 외식업소 중 누구나 인정하는 맛집을 널리 알리면서 도시를 매력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맛집을 찾아가보면 편리하면서도 여유는 덤이다. 동아일보DB
본보는 음식이 한 도시의 브랜드 향상과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새로운 시리즈 ‘대전의 맛있는 정거장’을 8일부터 시작한다.
또 개인 취향에 따라 맛집 평가도 달라질 수 있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암행평가단’도 동참한다. 평가단은 호텔관광과 외식분야 대학교수, 대덕연구단지 관계자, 요리강사와 현직 셰프, 방송작가, 푸드칼럼니스트, 보건위생전문가 등으로 망라돼 있다. 이들은 이미 시리즈 1회(8일자) 대상 지역인 반석역과 연계 시내버스 노선 주변 식당에 대한 잠행 평가에 나섰다. 평가는 세계적인 맛 권위지인 ‘미슐랭가이드’와 ‘저갯서베이’의 평가방식을 일부 반영하고 주관적 평가를 배제하기 위해 맛과 서비스, 시설, 가격대비만족도 등을 따진다. 또 인터넷에 상업적으로 노출된 ‘엉터리 맛집’에 대한 평가도 진행된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한 도시의 음식과 음식 문화를 새롭게 정립해 대전의 도시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미각기행을 떠나는 여유를 즐겨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