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죽음 우리는 어떻게 그리로 향해 가는가
인간은 작고 연약하게 태어난다. 목도 가누지 못하던 아기가 앉고, 걷고, 뛸 수 있게 된다. 몸도 커진다. 하지만 영원히 성장할 수는 없다. 어린 나무는 언제까지 위로 자라진 않는다. 결국 고목이 되고 죽음을 맞는다.
나이가 드는 것은 진하고 선명한 세상에서 흐릿한 세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자라던 키가 멈추고, 심지어 작아지고, 재미있는 일 또한 줄고, 예전보다 덜 웃고 덜 울게 되는 것일까. 새로울 것도 없고, 놀랄 일도 사라지고, 그저 덤덤하게, 그렇게 어른이 되는 것일까 하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더 자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분명 컨베이어 벨트에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는데 그게 어느 곳인지, 어떤 길을 통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부정적인 이야기의 순기능도 있다. 언젠가 죽는다, 그 말을 다시 쓰면 아직은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림자는 빛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끝이 있다는 것을 알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다. 그보다는 오히려 우리는 죽지 않는다고, 노력하면 19세의 근육과 25세의 뇌를 유지할 수 있다고, 계속 괜찮을 것이라고 하는 말들이 나는 무섭다.
나의 뇌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후련하다. 25세의 재능은 갔지만 25세의 커다란 뇌가 정점은 아니니까. 책 속 97세인 저자의 아버지는 이를 증명해준다. 그 할아버지의 요절복통 에피소드는 직접 확인하시길.
오지은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