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감지기술 어디까지 왔나
미국의 한 방위산업체는 투과력이 좋은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해 폭발물의 성분까지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탐지기를 개발했다(맨위쪽). 공항에서는 밀리미터파를 이용해 옷 속에 숨긴 위험물을 식별할 수 있는 보안검색기가 사용되고 있다(가운데). 휘발성 화학물질의 냄새를 식별해 폭발물을 탐지하는 전자코는 현재 8∼16종의 냄새를 분간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 조메가·미국 교통안전청(TSA)·북서태평양국립연구소(PNNL) 제공
○ 화학 성분 18종 탐지하는 휴대용 검출기 개발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폭발물을 탐지할 때에는 폭발물의 형태가 일차적인 단서가 된다. 여기에는 물질을 잘 투과하는 X선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X선으로는 폭발물의 종류까지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방위산업체인 ‘조메가’는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테라헤르츠파 검색기 ‘마이크로-Z’를 개발해 TNT, 질산암모늄 등 18종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문기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테라헤르츠파는 금속을 투과할 수 없다는 약점만 제외하면 폭발물의 형태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종류도 알아낼 수 있는 만큼 탐지 기술로는 최고로 꼽힌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공항 등에서는 밀리미터파 탐지기를 쓰고 있다. 밀리미터파는 파장이 1∼10mm인 전자기파로 파장이 가시광선이나 적외선보다는 길고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보다는 짧다.
슈테판 랭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연구원은 지난달 밀리미터파를 이용해 가방에 담긴 폭발물을 3차원으로 그려 내는 데 성공했다. 이대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밀리미터파는 인체에 무해한 만큼 사람이 옷 속에 숨긴 위험물을 탐지할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 폭발물 9종 잡아 내는 ‘전자코’ 등장
과학자들은 대안으로 ‘전자코’를 개발하고 있다. 동물의 후각수용체를 모방해 대기 중의 미세한 냄새 분자를 포획하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북서태평양국립연구소(PNNL)가 2013년 개발한 전자코 ‘스니프(Sniffs)’가 현재까지는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 스니프는 RDX 등 폭발물 9종을 탐지해내는 데 성공했다.
스니프는 분당 공기 20L를 흡입하며, 흡입한 분자를 질량분석기로 측정해 분자량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폭발물의 정체를 밝힌다. 하지만 개나 사람에 비하면 여전히 역부족이다. 개는 초당 최대 10회 냄새를 맡는다. 또 사람은 후각수용체 400개로 1만여 종의 냄새를 동시에 구분한다. 반면 전자코는 센서 하나로 화학물질 하나만 분석하는 수준이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 전공 교수는 “현재 상용화된 전자코는 8∼16개의 냄새를 구별하는 초기 단계”라며 “뇌에서 화학물질을 구별하는 과정을 모방해 전자코를 만든다면 폭발물 탐지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