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주변국 유연성 떨어져… 1993년 수준으로 위험 30대 김정은의 벼랑끝 질주, 스탈린주의의 불안감이 씨앗 단호한 대응 불가피하지만… 전쟁 초래할 위험 배제못해 장기공존의 기회 찾아야
오코노기 마사오 동서대 석좌교수 게이오대 명예교수
물론 그때와 지금은 몇 가지 기본 조건이 다르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장기화하는 군사적 긴장 속에서 30대 초반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정말로 정신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판단 하나를 잘못하면 위험한 질주를 멈출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다. 먼저, 그로부터 20년 이상이 경과해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이 상당한 단계에 도달했다. 핵실험은 4회를 거듭했고 비거리에 관한 한 장거리 로켓도 미국 동해안에 도달할 능력을 갖췄다. 다시 말하면, 이번 핵 위기는 비핵화 협상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세 번째, 그 결과로 현재 중국을 제외한 관계국 지도부는 유연성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다. 특히 김정은 제1비서는 노동당 대회를 5월 초로 정하고 배수진을 쳤다. 그로부터 역산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벼랑 끝’ 정책을 개시한 것이다.
김정은이 언명한 것처럼 북조선이 다시 핵탄두 폭발 실험을 하거나 국지적 도발을 감행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5월 초 개최되는 노동당 대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평화 제안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지만 그것도 확실하지는 않다.
그런데 김정은은 왜 주변 강대국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벼랑 끝 외교를 전개하는 것일까.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충동질하고 아들인 김정은에게까지 이어진 것은 스스로의 안전에 대한 끝없는 불안감일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북한에 심어진 스탈린주의의 ‘씨앗’이며 분단의 ‘씨앗’인 것이다.
한국은 우드로 윌슨 미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와 그에 고무된 3·1독립운동, 그리고 상하이(上海)와 충칭(重慶)에 수립된 임시정부의 역사를 국가의 정통성으로 하고 있다. 그에 따라 민주적 선거가 무엇보다 존중되고 그 절차가 결여된 정부는 정통 정부로 인정되지 않는다.
치열한 동서 냉전뿐만 아니라 남북 두 나라가 전혀 다른 정통성 원리에 의거한 것이 한반도에 전쟁을 초래했고 평화통일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현실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당연히 북한의 무력도발이나 벼랑 끝 정책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다시 전쟁을 초래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평판이 좋지 않지만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주장하는 중국의 ‘남북 균형’ 정책에는 어떤 의미에서는 진리가 포함돼 있다. 평화통일은 남북 대화에서 시작해 장기 공존을 거쳐 달성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전반에 시작된 독일 통일 과정을 모델로 삼아 이번 핵 위기를 즉시 ‘통일’이 아닌, 그 전제를 마련하는 ‘데탕트(공존)’의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당시 수상이 합의한 조국통일 3대 원칙(자주·평화·민족대단결)이 생각난다.
오코노기 마사오 동서대 석좌교수·게이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