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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손영일]北도발에도… 안보 외면한 여야

입력 | 2016-04-02 03:00:00


손영일·정치부

여야 선거 사령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일 당 선대위 회의에서 경쟁적으로 ‘경제 메시지’를 던졌다. 김무성 대표는 야당이 국민의 세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펼친다고 비판했고, 김종인 대표는 정부 경제 정책의 실패를 집중 거론했다.

같은 날 바다 건너 미국 워싱턴에선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이 모여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북한은 1월 4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와 대기권 진입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적인 대북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며 추가 도발을 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사이 1일에도 북한은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했다.

국내외 안보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작 이번 총선에서 안보에 관한 얘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180개 총선 공약 중 안보·통일 관련 공약은 12개다. 더민주당은 151개 공약 중 14개가 안보·통일 관련 공약이다. 하지만 경제 이슈와 야권 단일화 같은 정치 이슈에 매몰돼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은 과거 선거 때 불거지곤 했던 북풍(北風) 논란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 아예 안보 이슈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양당은 일찌감치 이번 선거의 프레임을 ‘경제’로 짰다. 더민주당은 김종인 대표의 전매특허인 경제민주화론을 앞세워 ‘경제심판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새누리당은 과거 야권의 경제 전문가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영입해 맞불을 놓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쌍끌이 부진에 청년 실업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의미가 있다.

문제는 균형이다. 경제 이슈만을 강조해 안보, 보육, 환경 등 다른 중요 이슈들이 등한시된다면 ‘반쪽 선거’에 불과하다. 북한의 핵실험 등 안보 위협에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각 정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국민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선거까지는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양당이 한국판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직접 시중의 채권을 매입해 돈을 푸는 정책)를 두고 모처럼 생산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제는 안보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정책 대결을 기대해 본다.

손영일·정치부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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