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일·정치부
같은 날 바다 건너 미국 워싱턴에선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이 모여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북한은 1월 4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와 대기권 진입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적인 대북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며 추가 도발을 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사이 1일에도 북한은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했다.
국내외 안보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작 이번 총선에서 안보에 관한 얘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180개 총선 공약 중 안보·통일 관련 공약은 12개다. 더민주당은 151개 공약 중 14개가 안보·통일 관련 공약이다. 하지만 경제 이슈와 야권 단일화 같은 정치 이슈에 매몰돼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은 과거 선거 때 불거지곤 했던 북풍(北風) 논란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 아예 안보 이슈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균형이다. 경제 이슈만을 강조해 안보, 보육, 환경 등 다른 중요 이슈들이 등한시된다면 ‘반쪽 선거’에 불과하다. 북한의 핵실험 등 안보 위협에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각 정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국민 생활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선거까지는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양당이 한국판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직접 시중의 채권을 매입해 돈을 푸는 정책)를 두고 모처럼 생산적인 논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제는 안보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정책 대결을 기대해 본다.
손영일·정치부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