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진세계경제연구원장
경제학자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15조 달러가 더해질 것으로 추산한다. 이미 많은 선진국 기업이 빠른 속도로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토지, 노동, 자본과 함께 중요한 생산요소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아직까지는 빅 데이터가 광고와 마케팅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 금융, 의료 분야로 확산되는 추세다. 또한 왜곡되거나 악의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생활 보호와 침해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구분할 수 있도록 데이터 수집, 분석, 활용의 명확한 목적 수립과 국제 기준 마련 등 여러 기술적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의 하나인 성별 임금 격차, 그리고 여성의 사회 및 고위직 진출의 어려움은 개인의 존엄성과 사회적 효율성 및 공정성을 저해하고 국가적 자원 낭비와 이미지 저하를 초래하는 심각한 불평등에 속한다. 불행히도 한국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하는 유리 천장 지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정부가 내놓는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성별 임금 격차가 3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임금 격차가 나는 약 58%의 경우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여성의 고위직 및 관리자 비율도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빅 데이터를 도입해 그 원인과 실상을 파악해 보자. 왜 현저한 임금 격차가 나는지, 그리고 ‘리더로 발탁할 여성이 부족하다’라는 해묵은 주장이 어느 정도 진실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진다면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전략도 더 정밀해지고 구체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실제 성별, 인종별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인정받은 미국 50대 기업(Diversity Inc Top 50) 모두 빅 데이터 분석의 효과를 봤다고 밝히고 있다.
빅 데이터의 여러 혜택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그 결과를 제대로 활용할 때 실현된다. 그런데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빅 데이터 등 관련 분야의 남녀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인력 육성이 시급하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없어질 일자리로 인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송경진 세계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