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행복원정대/초등 고학년의 행복 찾는 길]<1> 우리 마음 어른들은 너무 몰라요… 초등 4∼6학년들의 카톡 대화

4∼6학년 어린이동아 기자들이 말하는 초등 고학년의 일상과 행복
모바일 메신저의 단톡방(단체 채팅방)에 초대된 초등 4∼6학년생들은 행복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초등 고학년과 그의 어머니까지 128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해석하면서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긴 취재팀은 ‘어린이동아’ 기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초등 4∼6학년 전현직 기자 등 8명이 손을 내밀었다. 3월 23일부터 3일간 ‘초행길’ 단톡방은 이들의 뜨거운 수다로 들썩였다.

4∼6학년 어린이동아 기자들이 말하는 초등 고학년의 일상과 행복
▽4학년 남학생(4남)=오후 6시 반∼9시 반에야 일과가 끝나. 숙제하고 나면 밤 12시를 자주 넘겨.
▽5여=이번 주 내내 친구들이랑 놀려고 일정을 잡다가 시간이 안 맞아서 결국 취소했어.
취재팀이 심층 인터뷰한 128명은 행복에 필요한 조건으로 ‘화목한 가정’(83명)에 이어 ‘자유시간’(17명)을 꼽았다. “자고 싶다” “친구들과 실컷 놀고 싶다”거나 “학원 시간 좀 줄여 달라”는 아이들이 많았다.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타임 푸어(time poor)’ 현상은 단톡방의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학원을 8개(방과후학교 포함) 다니는 ‘어린이동아’ 기자도 있었다. 또래와 맘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그만큼 그립고 고팠던 걸까. 학원 일정을 피해 가며 어렵게 시간을 정해 단톡방에 모인 이들은 1초도 허비하지 않았다. 채팅이 끝나갈 때쯤에는 “10분밖에 안 남았다”, “이제 5분” 하고 카운트다운을 하며 아쉬워했다.
4∼6학년 어린이동아 기자들이 말하는 초등 고학년의 일상과 행복
▽4여=엄마가 외국어고 가라고 하셔.
▽4남=우리 엄마도 외고, 과학고를 가는 걸 목표로 삼으라고 하셨어.
▽5여=특정 고교를 나오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더라고. 부모님도 학창시절 공부 잘한 친구가 지금도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던데.
▽6여=내 친구는 아빠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데 행복하지 않대. 요즘은 할머니까지 공부에 간섭을 하신다나.
▽6여=행복하지 않은 건 여자애들 같아. 남자애들은 항상 해맑아.
▽5여=남자애들은 두루두루 노는데 여자애들은 편을 가르니깐 아무래도.
▽5여=나도 왕따를 몇 번 당했어. 좀 심하게. 키 작다고, 못생겼다고 등등.
▽6여=어떤 친구를 아예 없는 것처럼 투명인간 취급하고…. 카톡으로 친구 험담하는 걸 캡처해 놓기도 하고, 카스(카카오스토리) 쪽지로 친구 욕하는 것도 봤어.
대화는 자연스레 외모로 흘러갔다. ‘인기남 인기녀’와 ‘왕따’를 가르는 기준도 외모라고 했다. 그렇다고 너무 예쁘면 재수 없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10대 초등생들의 학교생활, 정말 쉽지 않다.
▽6여=친구들이 어른 되면 성형하고 싶대. 화장하지 말라고 해도 예쁘지 않다고 놀림 받는 애들은 그게 콤플렉스인가 봐.
▽5여=우리 엄마는 수능 끝나면 시간 많다고 메이크업 학원 보내준대. 아, 멀고 먼 미래.
4∼6학년 어린이동아 기자들이 말하는 초등 고학년의 일상과 행복
심층 인터뷰에서는 아이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정도가 ‘전혀 외롭지 않다’(1점)와 ‘조금 외롭다’(2점)의 중간 수준인 1.7점으로 나왔다. 단톡방 학생들에게 “외로움을 느끼느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그렇다”는 답변이 터져 나왔다.
▽4남=학원에 늦게까지 혼자 남아있을 때, 조금 울고 싶고 집에 가고 싶어.
▽6여=친구들 보면 그 외로움을 스마트폰이나 게임으로 푸는 것 같아.
▽5여=ㅇㅈ
단톡방 학생들은 ‘가족은 포근한 이불’이라며 화목한 가족이 행복의 필수조건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가족만으로 가슴속 고민이 전부 해결되는 건 아닌가 보다.
▽4남=가족도 좋지만 걱정인형이 있었으면 좋겠어. 걱정을 말하면 해결해 준다는 인형.
▽4여=가족에게 털어놓기 싫은 걱정도 있지. 친구, 시험, 좋아하는 아이.
▽6여=친구랑 있을 때 더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애들도 많아.
몸과 마음 모두 큰 변화의 파도를 마주한 10대 초등학생들에게 행복을 생각하고 그 생각을 나눌 기회가 절실해 보였다.
▽6여=행복을 만들 수 있는 요소는 많은데 그걸 찾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
▽5여=오늘 가족들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야겠어.
▽4여=또래의 마음을 잘 알게 돼서 좋았어. 이렇게 우리 오늘 이후로도 카톡방 만들면 안 될까?
장윤정 yunjung@donga.com·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