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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레바논서 다시 만난 ‘태권도 사제’

입력 | 2016-04-04 03:00:00

동명부대 방용진 상사, 10대 자매 재회… 소녀들 당당 2단… “올림픽 출전 꿈”




방용진 상사와 디에나 알쿠라이(가운데), 사자 알쿠라이 자매. 합동참모본부 제공

“사범님, 레바논에 다시 오신 거죠. 저희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12월 동명부대 17진으로 레바논에 파병된 방용진 상사(32·특전의무부사관)는 주둔지 인근 태권도 교실에서 낯익은 10대 소녀들을 만났다. 디에나(16), 사자 알쿠라이(14) 자매가 7년 전 자신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던 방 상사를 한눈에 알아봤던 것. 두 자매는 방 상사의 안부를 물으며 환한 웃음으로 재회를 기뻐했다.

방 상사와 두 자매의 인연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동명부대 3진으로 레바논에 파병된 방 상사(당시 하사)는 민군 작전 일환으로 태권도 교관 활동을 했다. 호기심으로 태권도 교실을 찾았던 어린 자매는 공인 5단 실력을 가진 방 상사의 늠름한 발차기 시범에 매료됐다. 이후 방 상사는 두 자매의 도복에 하얀 띠를 매 주고 태권도를 가르쳤다.

방 상사가 파병 임무를 끝내고 떠난 뒤에도 두 자매는 태권도 연습에 매진해 지금은 2단(검은 띠)의 실력자로 성장했다. 태권도 교실에서 부사범을 맡아 지역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지인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고, 동명부대원들에게 아랍어를 가르치는 ‘동명 서포터스’ 활동 등 ‘한국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두 자매는 “사범님 덕분에 한국과 태권도를 알게 됐다”며 “4, 5년 뒤 국가대표에 선발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방 상사는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레바논 아이들이 그리웠는데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며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7년 7월부터 레바논에 파병된 동명부대는 남부 티르 지역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정전협정 이행 여부를 감시하고, 불법 무장 세력의 유입을 막는 임무를 맡고 있다. 또 부대 인근 마을 5곳에서 현지 청소년을 위한 태권도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동명부대의 태권도 교실을 수료한 레바논 청소년은 800여 명이고 이 중 200명이 1단 이상으로 승단했다고 부대 측은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