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지현 사회부 기자
이날 동성애자들이 예배에서 시위를 벌인 이유는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장(42) 때문. 의사이면서 목사이기도 한 염 원장은 임상으로 본 에이즈 문제에 대해 예배에서 이야기할 예정이었다. 동성애자 동아리 큐이즈는 염 원장이 그동안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을 했다며 강의 자체를 반대했다. 시위에는 서울대에서 최초로 자신을 동성애자로 밝힌 김보미 총학생회장(23)도 참여했다. 김 씨는 최근 열린 제58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86.8%의 찬성표를 얻어 당선됐다.
김보미 총학생회장과 동아리 회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염 원장은 혐오 발언을 했을까. 염 원장은 “그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를 내가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애의 위험을 알리는 동영상 강연을 보고 20대 남자 동성애자들로부터 “동성애를 그만두고 싶다”는 상담도 계속 들어왔다. 염 원장은 “게이 포르노를 접하고 잘못된 선택을 한 경우가 대부분일 뿐 유전적이거나 선천적인 사람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가 이런 상담역할에 나선 뒤 염 원장과 가족 전화번호로 협박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다수가 소수를 차별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요즘 과연 차별이라는 것이 있는가. 개인 생각의 다름이 있을 뿐 눈에 보이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없다. 서울 시내에서 동성애자 퀴어 축제도 하고 있지 않은가.
2000년대 이후 대학가는 달라졌다. ‘민주화 투쟁’이나 ‘농민 다 죽이는 우루과이라운드 그만두라’ ‘세계화 반대’와 같은 거대 담론 속에서 살던 30, 40대에는 김 총학생회장의 당선이 가져올 대학가 변화가 궁금하고 기대됐다.
김 씨는 총학생회장 당선 때 “성 소수자 등을 이해할 수 있는 학생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염 원장은 서울대 총학생회 측에 공개 토론을 하자며 지난달 31일 요청서를 보냈지만 아직 답변이 오지 않았다. 소수자를 위하겠다는 포부가 단지 다른 사람의 입을 막겠다는 뜻이었다면 실망스럽다.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