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행복원정대]‘질풍노도’ 초등 고학년생들… 행복의 조건으로 최우선 꼽아 “공부 못해 내가 집안 걱정거리”… 부모 기대에 큰 스트레스 받아
똑똑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
한국의 초등학생들은 학업 성취도 면에서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도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보건복지부 2013년 조사 결과).
동아일보는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창간 100주년인 2020년까지 이어지는 ‘2020 행복원정대’의 올해 주제를 ‘초행길’로 정했다. ‘초등 고학년생의 행복 찾는 길’을 줄인 말이다.
이들의 삶의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의 평범한 4∼6년생 64명과 그 어머니 64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아이들은 행복의 제1조건으로 ‘화목한 가정’을 꼽았다. 아이 64명 중 46명(72%)이, 엄마는 64명 중 37명(58%)이 ‘화목한 가정’이라고 답했다. 아이들은 “친구랑 있으면 즐거운데 가족과 있으면 따뜻하다” “성적은 나중에 올리면 되지만 가족은 한번 금이 가면 안 된다”고 했다.
두 번째 행복 조건은 ‘자유시간’이었다. 아이는 7명, 엄마는 10명이 행복하려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이 학원 저 학원 바쁘게 다니느라 늘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타임 푸어(Time-poor)’였다.
아이들은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의지하면서도 부모의 기대에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녀로서 나의 점수’를 매겨 달라는 질문에 3.98점을 주었다. 엄마들이 준 자녀 점수(4.36점)보다 낮았다. “성적이 2학년 때보다 떨어져서 죄송하다” “공부를 못해서 내가 집안의 걱정거리”라는 아이가 많았다.
사춘기가 시작돼서일까. 초등 5학년은 질풍노도의 시기임도 확인됐다. 주관적인 행복도는 물론이고 학교생활과 부모에 대한 만족도, 미래의 행복도 평가에서 이 또래의 점수가 두드러지게 낮았다.
이진영 ecolee@donga.com·김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