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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드라마 작가, 유연한 동시에 단단해야”

입력 | 2016-04-05 03:00:00

PASS 콘텐츠리더가 만난 ’시그널’김은희 작가




PASS 콘텐츠리더인 서울 해성여고 2학년 이유선 양(맨 오른쪽)이 자신이 속한 교지편집부 ‘늘해랑’의 동아리원 오혜민(맨 왼쪽), 최서연 양(왼쪽 두번째)과 함께 드라마 ‘시그널’의 대본을 쓴 김은희 작가를 만났다.

실제 미제사건들을 모티브로 한 범죄수사 드라마 ‘시그널’. 드라마는 끝났지만 인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시즌2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이토록 힘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싸인’(2011년), ‘쓰리 데이즈’(2014년)에 이어 ‘시그널’까지 흥행 드라마를 연이어 써내며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른 김은희 작가를 만나 최근 초중고생들 사이에 최고 관심직업으로 떠오른 ‘드라마 작가’의 삶에 관해 들었다.

인터뷰에는 동아일보 교육법인 (주)동아이지에듀가 만드는 학생부중심전형 활용 웹진 ‘PASS’(edu.donga.com)에서 콘텐츠리더로 활동하는 이유선 양(서울 해성여고 2)과 이 양이 속한 교내 동아리인 교지편집부 ‘늘해랑’ 동아리원인 오혜민, 최서연 양이 동행했다.

“드라마, 작가의 생각이 더 잘 반영돼요”


“드라마 작가가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최 양)

예능작가로 방송 일을 시작한 김 작가는 남편인 장항준 영화감독이 쓴 미발표 시나리오를 타이핑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2006년 영화 ‘그 해 여름’을 통해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한 그는 더 이상 영화 시나리오를 쓰지 않고 드라마 작가로 방향을 틀었다. 감독의 색깔이나 예술관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영화와는 달리 드라마는 작가의 생각이 짙게 반영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기 때문.

“드라마는 16부작, 50부작처럼 긴 구성을 가져요. 드라마의 큰 그림은 한 발 앞서 이야기를 그려가는 작가의 머릿속에만 있죠. 장면과 장면은 현장에서 바뀔 수 있지만 이야기의 전체 흐름은 바뀌지 않아요.”(김 작가)

많이 읽고, 경험하고, 써라


이 양이 “드라마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자 김 작가는 “일단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라고 말했다.

드라마 작가가 되는 길은 다양하다. 극본 공모전에서 수상해 방송사와 계약하는 경우도 있고, 교육기관에서 훈련받으며 쓴 극본이 강의하러 온 프로듀서, 제작자 등의 눈에 띄어 데뷔하는 경우도 있다.

필요한 능력은 하나. 다른 이들을 사로잡는 ‘필력’이다. 김 작가는 고등학생 시절 수필, 연애소설, 무협지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매주 한두 권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보니 직접 쓰고 싶어져 소설을 써보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김은희 작가’가 탄생했다.

김 작가는 “글은 곧 나와 같다. 많이 읽고 경험하고 느껴야 글도 풍부해진다”고 했다.

열려있으면서도 자기 확신 있어야


김 작가만의 집필 비결을 묻는 오 양에게 김 작가는 “작가는 평가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었다.

극본을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소통 능력. 작가의 극본에 시청자가 공감하지 않는다면 드라마는 이내 힘을 잃고 만다. 그래서 김 작가는 극본 초고를 쓰고 난 뒤 주변인들에게 보여주고 수없이 의견을 듣는다.

김 작가는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다보면 극본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알게 되고, 이를 수정해가는 과정에서 더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다. 힘 있는 극본은 작가 혼자 뚝딱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여러 사람의 말에 휘둘려 작가 스스로 중심을 잃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김 작가는 말했다.

“스스로 ‘재밌다’고 생각한 캐릭터의 설정과 이야기는 그대로 밀고나가는 자신감이 있어야 드라마가 흔들리지 않아요. 작가는 유연함과 단단함이 동시에 필요한 일이랍니다.”(김 작가)

글·사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