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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서 한잔 더”는 옛말…불황에 주점업 경기 역대 최악

입력 | 2016-04-04 16:58:00


사진 제공 동아DB

“자 그럼 내일 업무도 있고 하니, 오늘 회식은 여기까지 하지.”

국내 한 은행에 근무하는 이모 씨(32)는 요즘 들어 “2차 가자”는 말을 거의 듣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회식하기를 좋아했던 부장은 일주일에 한두 차례 갖던 회식을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이고 그나마도 1차로 끝내는 날이 대부분이다. 술이라고 해봐야 1차로 간 삼겹살 집에서 반주로 곁들이는 정도고, 아주 가끔 부장을 빼고 친한 동료들끼리 모여 2차를 간다. 이 씨는 “새벽까지 이어지던 술자리가 사라져 편하기는 하지만, 가끔 ‘2차 갈까’라는 말이 그립기도 하다”고 말했다.

불경기에 ‘2차’가 사라지고 있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주점업 경기는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 4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맥줏집, 막걸릿집 등 술과 안주를 전문적으로 파는 주점업의 올해 2월 서비스업생산지수는 73.0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서비스업생산지수는 2010년 매출액을 100으로 놓고 가격 변동분을 뺀 업종의 실질 성장을 나타내는 지수다. 100을 넘으면 기준연도인 2010년보다 생산이 늘었다는 얘기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술자리가 많은 12월에 반짝 높아지는 등 계절성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 주점업 서비스업생산지수는 80~90대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면서 78.2로 주저앉은 뒤 반짝 반등했다가 올해 2월 이보다도 낮아진 것이다.

경기 침체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술집을 덜 찾게 된데다 ‘부어라 마셔라’하며 길게 술자리를 갖기 보다는 1차로 가볍게 끝내는 것을 선호하는 최근 음주 문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점 뿐 아니라 일반 음식점과 옷 가게 등 자영업자가 많은 업종에도 찬바람이 불었다. 일반 음식점의 서비스업생산지수는 지난달 84.3으로 2011년 9월 83.9를 나타낸 이후 가장 낮았다. 의복 소매업 생산지수는 73.1로 메르스 여파가 남아 있던 지난해 8월(65.9) 이후 최저치였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