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SK바이오팜연구소 가보니
SK바이오팜 연구소 연구원이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용 비커에 담긴 액체 상태의 합성물질을 관찰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제공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미래를 위한 ‘승부수’
24년이 걸렸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간질) 치료제 ‘YKP3089’의 약효가 충분히 확인돼 임상3상에서 약효 시험 없이 안정성 시험만 진행해도 된다고 발표했다. 신약 최종 승인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SK바이오팜이 1993년 이후 38만여 개의 화합물을 만들고 그중 약효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2만8000여 개의 신약후보물질을 끊임없이 실험한 결과였다.
1993년 대전 유성구 SK 대덕기술원 소속 연구개발(R&D)팀 중 하나로 출발한 SK바이오팜에 대한 그룹 안팎의 시선은 차가웠다. 해가 지날수록 투자 규모는 커졌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의구심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최 회장은 오히려 바이오·제약 사업이 미래 핵심 성장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최 회장은 2007년 SK바이오팜을 “그룹 차원의 미래 사업으로 키울 것”이라며 지주회사 신약개발사업부로 편성하고 2011년 독립법인으로 자립시켰다.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신약개발책임자인 조정우 SK바이오팜 부사장은 “제약회사의 능력은 결국 FDA와의 협상 능력이 좌우한다”며 “지주회사에 편입된 이후 지원된 아낌없는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인적, 물적 시스템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신약 주권’ 지키는 글로벌 종합제약회사로 도약
우직한 투자를 바탕으로 SK바이오팜은 국내 최초로 신약 개발부터 마케팅 및 판매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글로벌 종합제약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현재 국내 제약회사들은 복제약 등 개발에 주력하거나 임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는 데 그치고 있다. 글로벌 종합제약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SK바이오팜은 다른 제약회사나 대학 및 연구소들과 협업을 활성화하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1일 본사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성남시 판교신도시로 옮겼다. SK바이오팜의 계획대로 신약을 개발한 뒤 자체적인 마케팅을 통해 판매를 하면 매출의 75% 이상을 국내로 환원시킬 수 있는 ‘신약 주권’을 갖게 된다. 국내외 제약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이 YKP3089를 통해 미국에서만 연간 매출 1조 원, 영업이익 5000억 원 이상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최다인 15개 신약후보물질의 임상시험승인(IND)을 FDA로부터 확보한 SK바이오팜은 현재 뇌전증 등 중추신경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난치성 환자가 많아 신약 개발에 대한 시장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성남=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