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8]격전지를 가다 ‘이주민>원주민’ 지형바뀐 세종시
4·13총선을 9일 앞둔 4일 세종시 조치원읍 전통시장. 선거운동원들의 구호가 번갈아 터져 나왔다. 시장 입구에 나란히 선 유세차에서도 한판 기 싸움이 벌어졌다. 무소속 이해찬 후보가 마이크를 놓자마자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의 로고송이 굉음처럼 울렸다. 약 30m 떨어진 곳에서 더불어민주당 문흥수 후보 측도 시장 유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종시의 선거 지형은 4년 새 크게 달라졌다.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 이후 이뤄진 정부 부처 이전으로 ‘이주민’이 ‘원주민’보다 더 많아졌다. 이 지역 유권자는 19대 총선 당시 8만30명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16만7763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주민들의 표심이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힘 있는 일꾼” 대 “6선 관록”
빨간 점퍼 한명 vs 둘로 나뉜 파란 점퍼 세종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흥수 후보, 무소속 이해찬 후보(맨위부터)가 4일 조치원읍 세종전통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민주당에서 탈당한 이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세종에서는 이들 3명의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세종=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앞선 오전 8시 반경 이 후보는 정부세종청사 종합안내실 앞에서 출근하는 공무원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지지를 호소했다. 야권 분열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는 “승리한 뒤 복당해 당의 중심을 잡고 정권 교체와 세종시 완성을 이뤄내겠다”며 완주를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표가 분산됐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야권이 분열된 데다 이 후보에 대한 분위기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가 35.7%로 이 후보(30.6%)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세종시 도담동에서 만난 주부 이재영 씨(38)는 “이 후보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내고 야당 대표까지 했다는 것은 잘 안다”고 말했다. 반면 조치원에서 화장품가게를 하는 성모 씨(53·여)는 “중앙정치인으로 유명한지는 몰라도 해준 게 없다”며 “당을 떠나서 일할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 공무원·신도시 표심이 관건
이번 승패는 공무원과 신도시 이주민들의 표심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들은 여론조사 샘플로 잘 잡히지 않는 데다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도 않아 표심은 안갯속이다.
실제 세종시의 젊은 공무원들의 지지 성향은 갈려 있다. 중앙부처의 장모 사무관(26)은 “이 후보는 비효율적인 세종시를 만든 주범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이모 사무관(35)은 “이 후보가 세종시에 고속철도(KTX)역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어 주변에서 반응이 좋다”며 “초선보다는 7선의 중진이 현안을 해결하는 데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선거 구도가 ‘새누리당이냐 이해찬이냐’로 짜이면서 문 후보의 입지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일각에선 문 후보의 사퇴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그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며 완주를 공언했다.
세종=홍수영 gaea@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