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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클리닉]허리 굽히면 더 편한 ‘꼬부랑 허리병’… 구멍 두개 내시경으로 해방

입력 | 2016-04-06 03:00:00

척추관협착증




척추 내시경 수술을 하고 있는 수원 윌스기념병원 척추센터 의료진. 이 병원 허동화 원장은 “두 개의 작은 피부절개를 통해 척추 내시경 치료를 하면 정상조직의 손상이 거의 없어 회복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윌스기념병원 제공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장모 씨(60)는 허리가 아픈 증세 때문에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나이가 들어서 허리가 좀 안 좋아졌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던 장 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척추관협착증. 의사는 수술을 권했지만 장 씨는 아직까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일을 그만둬야 하는 문제는 둘째 치고 고령의 나이에 수술을 받는 것이 무섭다”고 말했다.

장 씨가 앓고 있는 척추관협착증은 대표적인 퇴행성 척추질환으로 꼽히는 만성질환이다. 50대 이상에서 만성적인 허리 통증이 있고 오래 걷기가 힘들며 허리를 굽혀야 편하게 느껴진다면 이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허리가 굽어지는 ‘꼬부랑 할머니’병

척추관협착증은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뻗어나가는 통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환자가 꼿꼿이 서 있기가 힘들고 허리를 굽히면 오히려 허리 통증이 완화되는 증세를 보인다. 허리를 뒤로 젖히면 다리가 저리거나 요통이 발생한다. 눕거나 엎드려 자는 것도 점차 힘들어진다. 환자의 90% 이상이 50세 이상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꼬부랑 노인병’이라고 불린다.

퇴행이 진행되면 여러 원인으로 인해 척추와 다리까지 지나가는 신경 통로가 점차 좁아진다. 이 과정에서 척추 주변의 근육이나 인대의 탄력이 떨어져 불안정해지고, 척추뼈 사이에서 쿠션작용을 했던 디스크도 탄력이 저하된다. 또 척추뼈 사이의 높이가 낮아지면서 신경통로가 좁아지는데 그 결과 신경이 압박돼 환자가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밖에 인대가 딱딱해지거나 불필요한 뼈가 자라는 경우, 탈출된 디스크가 오래 방치되면서 신경과 유착되는 경우에도 신경이 자극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를 모두 척추관협착증이라고 한다.

허리나 엉덩이, 다리에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허리 디스크로 쉽게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허리 디스크의 경우 가만히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 통증이 심하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다리나 엉덩이에 통증이나 당김 증상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척추관협착증과는 다르다. 또 허리 디스크가 잘못된 자세나 외부의 충격 등으로 인해 젊은층에서도 발생하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노년층에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라는 점도 차이가 있다.

퇴행성 질환은 나이가 들면서 심해지기 때문에 보존요법이나 비수술 시술로는 낫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다리의 감각에 이상이 있거나 배뇨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피부를 절개하는 수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수술 대부분이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절개 부위에 상처가 남기 때문에 고령이거나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내시경 치료를 선호하는 추세다.

구멍 두 개로 진행하는 내시경


척추관협착증은 인대나 뼈가 두꺼워지면서 자라거나 탄력을 잃은 디스크의 간격이 좁아진 경우, 척추뼈가 불안정해 신경통로가 좁아진 경우 등 그 원인과 발생 위치가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내시경 수술기구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등쪽에 작은 구멍을 두 개 뚫어 진행하는 척추 내시경 수술법이 나오면서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수술은 두 개의 구멍 중 한쪽은 내시경, 다른 한쪽에는 수술기구를 삽입한 후 내시경으로 보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조직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시술시간은 약 50분. 입원기간도 3∼7일로 짧다.

수원 윌스기념병원 척추센터의 허동화 원장은 “기존에 시행하던 척추 내시경 수술은 척추협착증을 치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두 개의 작은 피부절개를 통해 척추 내시경 치료를 하게 되면 정상조직의 손상이 거의 없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용적인 측면에서도 환자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허 원장은 이런 연구 결과를 분석해 ‘두 개의 작은 피부절개를 이용한 새로운 척추 내시경 치료법’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지 ‘Journal of Neurosurgery, Spine’에 게재했다. 이 학술지는 SCI 분야의 등재 논문으로 인정받는 신경외과 척추 분야의 국제학술지이다.

전문가들은 수술 방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척추관협착증이 생기거나 악화되지 않도록 허리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척추관협착증은 결국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올바른 자세와 운동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는 있다는 것.

농사일처럼 긴 시간 몸을 구부리고 일을 하는 사람은 1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허리를 펴 줘야 한다. 평소 쪼그려 앉는 자세는 피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는 것이 좋다. 맨 바닥에 양반다리를 한 상태로 앉아 있는 자세는 허리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걷기는 허리 근력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일주일에 2, 3번은 30분씩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