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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클리닉]의료계의 알파고 ‘헬스케어 인공지능 기술’ 기대

입력 | 2016-04-06 03:00:00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의료진이 GE의 빅 데이터 기반 솔루션을 활용해 병원 운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이진한 의사·기자

최근 열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에서 인간이 승리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불계패로 끝나는 모습을 보면서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지요. 이런 인공지능이 현재 의료계에선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의료계에도 IBM의 닥터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해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왓슨은 60만 건의 연구논문, 환자 150만 명의 기록 등을 기반으로 환자 증상과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적합한 치료법을 알려줍니다. 왓슨을 이용해 진단을 내리는 미국 5개 병원의 암 진단 정확도는 82.6%로, 암 전문의의 초기 오진율이 최고 44%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본다면 그 정확도는 실로 놀라운 수준입니다.

알파고와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AI)은 모두 빅데이터를 기초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 없이는 인공지능의 탄생도 없었을 겁니다. 미국에서 꽤 유명한 뉴욕 맨해튼의 마운트 시나이 병원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료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고 환자에게 편의와 안전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 병원은 매년 약 6만 명의 입원환자 및 53만 명의 외래환자가 다녀갑니다. 환자 수가 많은 만큼 새로운 환자를 배치하거나 기존 환자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고자 ‘오토베드’라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GE헬스케어가 투자한 오토베드는 빅데이터를 통해 응급실과 병실의 환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디지털 시스템입니다. 최대 80개의 병상 배치 요청을 동시에 처리하고, 1200개의 병상을 실시간 모니터링합니다. 이를 통해 ‘간호실과 가까운 병실에 배치돼야 하는 환자’ 등 개별 환자의 특징을 15가지로 분류해 병상을 자동 배치하도록 합니다.

이 병원은 6주간 오토베드를 운영하면서 응급실 환자의 대기 시간을 1시간가량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국내 병원에도 최첨단 헬스케어 빅데이터 솔루션이 이미 도입됐습니다. 병원은 수시로 수술이 진행되고 수백 명의 환자가 전력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기 때문에 정전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주대병원은 병원 내 정전 예방을 위해 24시간 병원의 “무정전 전원 장치”를 모니터링하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원격모니터링서비스(RMS)를
도입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인도,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 위치한 센터에서 24시간 병원 내 서버를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감지되면 이를 현지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 밖에도 최근엔 세계적인 정보기술(IT)기업들이 합류해 병원 밖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의 건강 상태를 관리해주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즉 아이폰 기반의 헬스케어 플랫폼인 ‘헬스킷’은 일종의 건강정보 수집 도구로 사용자의 건강 상태와 운동 기록을 추적해 기록합니다.

헬스킷을 잘 이용한다면 의사는 환자의 혈압, 체중, 심박수 등과 같은 기본적인 건강정보를 원거리에서도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2015년 기준, 미국 내 주요 병원 14곳이 애플의 헬스킷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협상 중입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이처럼 가까운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더 편리하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낮은 비용으로 보다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따뜻한 헬스케어 인공지능 기술을 기대해 봅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