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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기자의 인저리 타임]반갑다! R의 부활

입력 | 2016-04-06 03:00:00


▷최근 제주 유니폼을 입은 이근호(31)는 2003년 부평고의 3관왕을 이끈 주역이다. 기대를 받으며 2004년 K리그 인천에 입단했지만 고교와 프로의 격차는 컸다. 2006년까지 3년 동안 8경기 교체 출전에 그쳤다. 득점도 없었다. 이근호는 대구로 이적한 2007년 20경기에 출전해 8골을 넣으며 ‘골잡이’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26경기에서 11골, 6도움으로 맹활약했다. 갑자기 잘하게 된 건 아니었다. R(Reserve)리그에서 꾸준히 실전 경험을 쌓은 덕분이었다. 이근호는 인천에 있는 동안 R리그 41경기에 출전하며 기량을 키웠다. 2006년에는 20경기에서 7골, 7도움을 기록하며 R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2000년 시작된 R리그는 2012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2013년 챌린지(2부)가 출범한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클래식(1부)에서 뛰지 못하는 유망주들이 챌린지로 흘러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3년 ‘23세 이하 선수 의무 등록 및 출전’을 도입했다. 그 덕분에 이재성(24·전북), 황의조(24·성남), 권창훈(22·수원) 등이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지만 혜택을 본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올해 클래식 12개 구단의 등록 선수는 총 417명으로 구단당 평균 34.8명이다. 구단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는 18명 안팎. 나머지 선수들은 기약 없이 벤치를 지켜야 한다. 훈련 역시 주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에 그라운드를 밟지 않은 선수도 회복 훈련을 해야 한다. 실력이 줄지 않으면 다행이다.

▷R리그가 4년 만에 부활했다. 올해에는 클래식 6팀과 챌린지 8팀 등 14개 팀이 A조(수원, 서울, 성남, 인천, 서울E, 부천, 고양, 안산)와 B조(전북, 울산, 부산, 대전, 대구, 충주)로 나눠 경기를 치른다. A조는 팀당 14경기, B조는 팀당 15경기를 한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24세 이상 선수들은 5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조는 수도권을 경계로 갈랐다. 이동과 숙박에 따른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의미 없는 우승 경쟁을 벌이지 않도록 팀 순위도 매기지 않고 개인상도 시상하지 않는다. 동기 부여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K리그 관계자는 “눈에 띄어야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이를 악물고 뛴다”고 말했다.

▷R리그가 생기면서 구단이 운영하는 유스팀 선수들도 프로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의 시작도 R리그였다. 그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2004년 FC 서울에 입단했다. ‘축구 신동’으로 불렸지만 16세의 나이에 프로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청용은 기성용(27·스완지시티), 고명진(28·알 라이얀), 고요한(28·FC 서울) 등 FC 서울 유니폼을 입은 또래들과 R리그를 누비며 미래의 꿈을 키웠다. 한웅수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중국과 중동 축구의 돈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자랑하는 일본 축구도 한국 선수를 선호한다. 나가는 선수를 막을 수는 없다. 유망주를 길러내는 것이 한국 축구가 살길”이라고 말했다. R의 부활이 반갑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