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 정치부 차장
지난해 두 사람이 몇 차례 회동을 한 뒤에 서로 밝힌 내용들이 달랐다. 그러자 당내에서는 ‘화성에서 온 문재인, 금성에서 온 안철수’라는 말이 돌았다. 두 사람이 그만큼 서로를 신뢰하지 않을뿐더러 말도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같은 당에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4·13총선이 중반전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두 사람의 이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야권 후보단일화를 줄곧 주장했고, 안 대표는 지역별 후보 개인의 단일화는 막지 않겠다는 원칙만 강조했다. “그러게 나간다고 할 때 좀 더 매달렸어야지…”라는 문 전 대표에 대한 탄식과 “대선 바라보고 나간 사람이 총선 신경 쓰겠어”라는 안 대표에 대한 푸념이 야권 내에서 교차하고 있다.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한 1997년과 2002년을 상기해 보자. 다른 여러 승인이 있었겠지만 공통점은 야권 통합이 아니라 이종교배로 승리했다는 점이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자유민주연합과 DJP 연합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 두 번 모두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대선을 완주했다.
좀 거칠게 일반화를 하자면 야권은 이질적인 세력과 합쳐야만 대선 승리를 보장받았다. 동종교배로는 2012년 문 전 대표가 얻은 1469만 표가 최대치라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총선이 끝나지 않았지만 현재 야권이면서 야권 성향이 도드라지지 않은 세력은 안 대표의 국민의당이다. 과거의 예를 따른다면 야권의 2017년 승리를 위해서는 국민의당이 더 이질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6일 안 대표를 겨냥해 “DJ가 아니라 JP의 길을 도모하고 있다”며 비아냥댄 친문(친문재인) 인사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다. DJ 대통령은 JP가 만들어줬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