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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으로… 칼럼으로… 트럼프 잡는 ‘양대 천적女’

입력 | 2016-04-07 03:00:00

[2016 미국의 선택]




미국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메긴 켈리(46)와 워싱턴포스트(WP) 논설위원 루스 마커스(58)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70)의 여성 천적(天敵)이다. 켈리는 트럼프로부터 온갖 모욕을 당하면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아 트럼프를 멋쩍게 만들었다. 마커스는 ‘트럼프는 대통령감이 절대 아니다’는 공격적 칼럼으로 트럼프로부터 ‘(글로) 날 죽이는 여자(She kills me)’라는 얘기를 듣는다.

켈리와 트럼프의 악연은 지난해 8월 6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주자 토론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토론회에서 공동 진행을 맡은 켈리가 트럼프에게 “당신은 트위터에서 싫어하는 여성들을 뚱뚱한 돼지, 개, 속물, 그리고 역겨운 동물이라고 불렀다”고 하자 트럼프는 “로지 오도널(레즈비언 코미디언)에게만 그랬다”고 반박했다. 이에 켈리가 “다른 사람에게도 한 것 같다. 당신 트위터를 보면 여성들 외모에 관한 경멸적인 언급들이 있다”고 거듭 반격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부터 켈리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이 본격화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켈리를 ‘빔보(bimbo·섹시하지만 머리가 빈 여자)’라고 비하하며 인신공격을 계속했다.

켈리는 5일 대중잡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공격 때문에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즐거울 수 없다. 그런 식의 공격을 중단하길 바란다. 뉴스의 주인공이 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공화당 2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은 “트럼프는 강한 여성에게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고 했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은 “켈리는 최고의 언론인”이라고 치켜세웠다.

마커스는 트럼프와 WP의 인터뷰 전문이 공개되면서 트럼프 저격수로 주목받고 있다. 마커스는 외교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지식도, 일관성도 없는 트럼프의 한계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고, 이에 트럼프는 “날 죽이려 하네요”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후기에서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센카쿠 열도, 핵 확산 문제를 논의할 때 (성기 크기와 연관 지었던) 손 얘기를 꺼냈다. 얼마나 한심한가”라고 꼬집었다. 언론계에선 “WP는 사설로 ‘트럼프에게 백악관을 맡기는 건 위험하다’고 썼는데 마커스 칼럼이 일종의 확인 사살을 한 셈”이고 평가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