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서 다시 만난 김기태 감독(왼쪽)과 서동욱. 둘은 6년 전 LG 2군에서 감독과 선수로 연을 맺고 3년 뒤 잠시 떨어졌지만 광주에서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사진|스포츠동아DB·넥센
■ 김기태 감독과 서동욱 ‘3년만의 재회’
LG 시절 2군 감독 - 선수로 인연
“10년 뒤를 생각해라” 깊은 울림
서동욱 “10년간 뭘 했나 싶었죠”
“(서)동욱아, 벌써 6년 전인가. 그때 내가 해준 말 기억하나?”
이날 광주로 운전을 해서 내려온 서동욱은 “감독님, 감사합니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넥센이 자신의 앞길을 열어줬고, 스승이던 김 감독이 흔쾌히 그를 받아들인데 대한 고마움이었다.
서동욱과 김 감독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 2군이 있던 구리에서 성장한 선수들은 현재 LG 선수단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20대 중반이었던 서동욱도 여전히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구리 키즈’ 중 한 명이었다.
● 2군 선수들 향한 동기부여 “5년 뒤, 10년 뒤를 생각해라”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지도자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복귀한 첫 해, 김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기존 지도자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김 감독이 LG 2군 선수들에게 해줬던 말은 여전히 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서동욱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동욱을 반갑게 맞이한 김 감독은 “내가 그때 해준 말 기억하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서동욱은 “예, 정확히 기억합니다”라고 화답했다. 무슨 내용이었을까.
김 감독은 당시 2군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는 “여러분들이 5년 뒤, 또 10년 뒤에 어떤 선수가 돼있을지 머릿속에 생각을 해봐라”고 항상 말했다. 맹목적으로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강한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 김기태 감독 말 떠올린 서동욱 “10년간 뭘 했나 싶었다”
씩씩하게 대답했던 서동욱은 이내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2003년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의 ‘상위 순번’으로 KIA에 입단했던 유망주였다. 2005년 말 LG로 트레이드된 뒤, 10년 만에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 김기태 감독의 따뜻한 말 한 마디 “29살 맞지?”
2014년과 지난해엔 39경기, 55경기로 더욱 출장기회가 제한됐다.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통에 더 위축되기만 했다. 포수 훈련까지 했으나, 후배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그런 서동욱에게 “트레이드할 때 정말 미안했다. 그때 팀에 포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며 격려했다.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그에게 김 감독은 계속해서 힘을 불어넣어줬다. 김 감독은 “감독 스타일 잘 알지? 당분간 함평에서 훈련 잘 하고, 후배들 잘 이끌어줘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동욱이 아직 29살이지? 계속 29살이라고 생각해”라며 어깨를 툭툭 쳐줬다.
서동욱은 만 32세다. 김 감독이 그의 나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동안 힘들었을 그에게 나이 때문에 위축되지 말라는 따뜻한 한 마디였다. 서동욱이 재회한 옛 스승 앞에서 어깨를 활짝 펼 수 있을까.
광주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