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전국 표심 풍향계’ 신둔면-원성동 “이번엔 우리도 몰라”

입력 | 2016-04-08 03:00:00

[총선 D-5/표심 깜깜이 선거]16∼19代 정당득표-지역득표 비교




4·13총선이 8일로 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들쭉날쭉하고, 표심은 요동치고 있다. 그렇다면 전국 민심을 대변하는 지역은 없을까.

동아일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16∼19대 총선 당시 읍면동 개표 결과를 입수해 각 총선 당시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과 비교했다. 각 지역의 표심이 전국 표심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19대 총선 기준으로 읍면동은 모두 3474개에 이른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간 행정구역의 변동이 심해 현재 기준에 맞춰 일일이 대조했다.

그 결과 경기 이천시 신둔면과 화성시 우정읍이 전국 표심과 가장 유사했다. 이들 지역은 4차례 총선에서 모두 승리한 정당의 후보를 선택했다. 특히 1위 후보의 득표율이 당시 다수당 정당 득표율과도 거의 일치했다. 이른바 ‘한국의 뉴햄프셔’인 셈이다. 미국 대선에서 뉴햄프셔 주의 선택이 전국 표심과 거의 일치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신둔면과 우정읍의 표심을 보면 전국 표심을 대략 예측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둔면은 16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39.1%를 얻어 1위를 했다. 당시 한나라당이 전국에서 얻은 정당 득표율은 39.0%였다. 17대 총선에선 열린우리당 후보가 39.9%를 득표해 당시 열린우리당의 전국 정당 득표율(38.3%)과 비슷했다. 18대 총선 당시엔 한나라당 후보가 신둔면에서 35.2%를 얻었고, 한나라당의 전국 정당 득표율은 37.5%였다. 19대 총선 때도 이런 추세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은 42.1%, 새누리당의 전국 정당 득표율은 42.8%였다. 매번 선거 때마다 1위 후보 득표율과 1위 정당 전국 득표율 차이가 최대 2.3%포인트, 최소 0.1%포인트밖에 나지 않은 것이다.

화성시 우정읍도 총선에서 승리한 후보 득표율과 당시 다수당의 전국 정당 득표율 차이가 △16대 3.0%포인트 △17대 0.4%포인트 △18대 1.9%포인트 △19대 2.4%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들 지역을 제외하면 충남 천안시 문성동과 원성1, 2동이 전국 표심과 유사했다. 천안은 사통팔달 교통 요충지인 동시에 전국 민심이 만나는 ‘표심 요충지’이기도 한 셈이다.

우정읍과 문성동, 원성1, 2동은 모두 토박이가 많은 구도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한때 지역에서 ‘부자 동네’로 꼽힐 정도로 번성기를 누린 점도 닮았다. 우정읍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최선덕 씨(54)는 “1960, 70년대부터 우정읍은 화성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였다”며 “그만큼 깨어있는 사람이 많아 정치적 이슈에도 민감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뉴햄프셔’가 속한 지역구는 이천과 화성갑, 천안갑이다. 현재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다소 우세한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하지만 원성동에 거주하는 한모 씨(65)는 “이 지역은 박정희 정권 때도 야당 표가 많이 나온 곳”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자존심이 강해 한쪽으로 우르르 쏠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둔면은 농촌 지역으로 고령자가 많지만 하우스농사가 활발해 젊은 귀농인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 도자기마을이 있어 젊은 예술인의 유입도 늘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유모 씨는 “신둔면 지역의 연령대가 전국 평균과 유사할 것”이라며 “여야 지지율도 5 대 5로 팽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표심 바로미터’ 지역들에서조차 이번 총선의 향배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편 앞선 4차례 총선에서 △16대 한나라당 △17대 열린우리당 △18대 한나라당 △19대 새누리당이 각각 승리했다. 전국 3474개 읍면동 가운데 해당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 후보가 모두 1위를 차지한 지역은 87곳(2.5%)이었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 6곳 △부산 3곳 △인천 23곳 △울산 1곳 △경기 17곳 △강원 3곳 △충북 9곳 △충남 3곳 △경북 5곳 △경남 17곳이었다. 전국 민심이 뒤섞이는 수도권이 46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호남과 대구는 한 곳도 없었다.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는 지역의 특성 때문이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 미국 대선의 풍향계 뉴햄프셔 주(州) ::


미국 동북부의 작은 주인 뉴햄프셔는 이곳 예비선거에서 이긴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는 경우가 많아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뉴햄프셔는 당원만이 아닌 일반인도 참여하는 예비선거(오픈프라이머리)가 처음 열리는 곳이어서 이곳의 승자는 즉각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 1980년대 이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모두 이긴 후보가 최종 후보가 안 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