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프래쳇, 닐 게이먼 著… 판타지 소설 ‘멋진 징조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멋진 징조들’은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직계 후손이다. 둘 다 영국식 유머가 극대화된 사이즈로 전개되는 작품이므로 충분히 수긍하게 된다. 굳이 차이를 말하라면 안내서의 주인공 아서 덴트는 온 우주를 대상으로 누비지만 ‘멋진 징조들’의 주인공 아담 영은 그저 천국과 지옥을 마주한다는 정도다.
‘멋진 징조들’을 즐기려면, 최소한 ‘오멘’의 스토리 정도는 알아두어야 한다. 그래야 웃음의 핵심 포인트를 파악할 수 있다. 가령 영화에서처럼 여기에서도 악마의 아이(적그리스도)가 멀쩡한 인간 가정으로 보내진다. 단지 문제가 하나 있다면, 몇 가지 착오가 겹쳐서 적그리스도가 미국의 엘리트 외교관이 아니라 영국의 소박한 시골 농부 영에게 보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이는 따뜻한 사랑으로 양육을 받으며 그만 바르게 자라버린다.
소설 전체가 이런 식이다. 6000년간 속세 문화를 향유하는 데 익숙해진 악마 크롤리는 종말이 임하면 더 이상 초밥을 못 먹게 될까 봐 두려워서 적그리스도의 등극을 저지하자고, 천사 아지라파엘을 꼬드긴다. 아지라파엘은 인간 세상이 멸망하면 천국에서 영원히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게 되는 끔찍하게 지루한 사태를 면하고자 이에 동참한다.
프래쳇과 게이먼이 그려놓은 지구 종말 혹은 구원의 어이없고 감동적인 서사를 일일이 여기에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재미 하나는 보장한다. 더불어 그 안에 담긴 메시지 또한 가볍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멋진 징조들’은 말한다. 아담이 세상을 구한 이유는 그저 친구를 사랑하고, 똥개를 사랑하고, 마을을 사랑해서다. 사랑이 이긴다.
이원석 문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