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서산2군 전용훈련장 가보니
2월 일본 스프링캠프 당시의 로저스.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시 갈색으로 바꿨다. 오키나와=강산 스포츠동아 기자 posterboy@donga.com
프로야구 한화의 ‘도미니칸 특급’ 에스밀 로저스(31)를 둘러싼 의문이 커져가고 있다. 그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홈 개막전 등판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7일 현재까지 구체적인 복귀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로저스는 2월 말 2차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참가했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이후 연습경기는 물론이고 시범경기 등판에서도 빠졌다. 공교롭게도 1차 일본 고치 캠프 당시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던 로저스는 팔꿈치 통증 사실이 알려지기 며칠 전 머리색을 원상 복귀하라는 구단의 요구를 들었었다. 이에 따라 컨디션 난조는 표면적인 이유이며 구단 지시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로저스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태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로저스가 3일 사진 및 동영상 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가족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사진을 올리자 한 누리꾼은 ‘천천히 놀다오라’는 댓글을 달았다. 다른 구단에서는 한화가 계약 과정에서 로저스의 태업을 방지할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2군에 보내놓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로저스는 현재 충남 서산에 있는 한화의 2군 전용훈련장에서 재활을 하고 있다. 5일 훈련장을 찾았을 때 로저스의 훈련 모습을 살펴볼 수는 없었다. 이날 로저스는 오전 훈련만이 계획돼 있었다. 반면 배영수 이용규 등 국내 재활 선수의 스케줄에는 오후 9시까지 웨이트 트레이닝, 부상 부위 치료 등이 예정돼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로저스에게 맞는 별도의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키나와 캠프 때만 하더라도 로저스의 개인 훈련이 팀 훈련 표에 함께 적혀 있던 것과 달리 이번에 확인한 한화 재활 훈련 스케줄에는 로저스의 이름이 쓰여 있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한화 구단 관계자는 “로저스가 오전에는 예정된 훈련을 받고 오후에는 구장 주변에서 개인 러닝 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2시경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만난 로저스는 “오늘 훈련은 끝났다. 가족과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서산 클럽하우스에서 지내던 로저스는 지난달 가족이 입국하면서 훈련장 밖에서 따로 생활하고 있다.
구단의 조심스러운 행보와 달리 로저스는 6일과 7일 잇달아 인스타그램에 투구 연습 동영상을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해 대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앞서 염색 논란 당시 로저스는 인스타그램에 ‘(머리 때문에) 매니저가 버스에서 내리게 했다’는 글을 올렸다. 매니저라는 표현 때문에 김성근 한화 감독이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은 “로저스가 SNS에 글을 올리면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로빈손 카노 등 메이저리그 선수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며 “문화와 정서 차이가 있다 보니 생각보다 로저스도 큰 문제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중반에는 로저스가 경기 당시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고 벤치로 들어가 글러브를 집어던지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뒤 2군으로 내려가게 되면서 한화가 로저스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김 감독은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내려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산=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강병규채널A기자 b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