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일 산업부 기자
“손님, 도착했습니다.”
택시 기사님 목소리에 내렸습니다. 내린 곳은 어딘가 낯익은 풍경의 동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모여 시간을 보내던 친구 자취방 앞이었습니다.
위닝 일레븐 4는 1999년 최고 인기를 자랑하던 콘솔 축구 게임. 일단 대학 시절로 돌아가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게임을 합니다. 만화책을 보고, 친구에게 머리 좀 자르라고 구박도 합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 이름을 외치며 한참 웃으며 게임을 하는데 멀리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손님, 도착했습니다.” 택시에서 꿈을 꾸다 현실로 돌아온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일본 대표적 게임 개발사 코나미가 지난달 유튜브에 올린 영상 줄거리입니다. 1995년 판매를 시작한 위닝 일레븐 게임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영상인데 유튜브에서만 조회수 50만 건을 기록했고,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전한 이 게임의 인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유튜브 등에 남겨진 댓글을 살펴보면 정작 게임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각자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고, 함께 보냈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우리 오랜만에 만나서 밤새워 당구나 치면서 놀자’ ‘추억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 ‘다들 잘 사니. 오랜만에 한번 뭉치자’.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요. 친구들과 밤새워 게임을 하고, 실없는 소리나 뱉으며 웃고 떠들며 시간을 때웠던 적이. 동영상은 주인공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며 끝납니다. “여보세요. 우리 오랜만에 말이야….” 이 영상을 보고 저도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서동일 산업부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