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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그도 아저씨가 된다

입력 | 2016-04-08 09:43:00


지난해 중국에서 맹활약하고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월드 스타 비.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를 통해 이 시대 ‘아재’들의 처지를 대변하며 변함없는 근육질 몸매로 여심마저 사로잡은 그와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



고급스러운 슈트를 입고 몸을 꼿꼿이 세워 한발 한발 내디딜 땐 더할 나위 없이 섹시하지만, 이죽이죽 웃으며 허둥댈 땐 이런 푼수가 없다. 아내가 다른 남자로부터 달콤한 시선을 받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유치한 복수를 저지를 땐 세상에 둘도 없는 ‘찌질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아내를 위기에서 구할 땐 ‘슈퍼맨’이 따로 없다. 최근 중국 활동을 마치고 국내 드라마로 복귀한 한류 스타 비(34 · 본명 정지훈)의 극 중 캐릭터 얘기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이후 2년 만에 그가 선택한 작품은 일본 소설 〈츠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을 원작으로 한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불의의 사고로 죽은 두 남자가 180도 다른 인물이 돼 현세로 돌아와 겪는 ‘역송 체험(죽었던 사람이 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서 못다 한 일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 살아가는 것)’을 그렸다. 
극에서 그는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불시착한 30대 유학파 꽃미남 이해준과 백화점 점장 이해준, 1인 2역을 소화하고 있다. 백화점 오너의 아들인 점장 이해준은 과로로 사망한 40대 만년 과장 김영수(김인권)가 역송 체험을 위해 몸을 빌린 인물이다.

지난해 중국 드라마 〈다이아몬드 러버〉에 출연하는 등 중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그가 이 작품을 처음 만난 건 비행기 안에서였다.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비행기를 타고 가다 우연히 이 작품의 대본을 읽었는데 너무 하고 싶었다. 딱히 주인공이 없는 옴니버스식 구성과 역송 체험이라는 기발한 발상에 매료됐다. 때론 슬프고, 때론 재미있고, 스펙터클한 감동이 있는 것도, 이 시대 을로 살아가는 소시민의 이야기라는 점도 좋았다. 훌륭한 감독님과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하게 돼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제작발표회가 끝난 2월 말 그는 〈여성동아〉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최근의 근황을 전했다.



완벽한 근육질 몸매는 매일 꾸준히 운동한 덕분

〈돌아와요 아저씨〉 제작발표회에 동료 배우들과 함께 참석한 정지훈.


▼ 2014년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이후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나요.
중국에서 드라마와 영화를 찍느라 아주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영화 〈노수홍안〉(2014)은 중국의 미녀 스타 류이페이 씨와, 드라마 〈다이아몬드 러버〉(2015)는 중국 여배우 탕옌 씨와 같이 작업을 했는데 영화도 반응이 좋았고, 드라마도 중국 현지 시청률 1위를 기록했어요. 그래서 두 작품 모두 제게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중국 스크린과 안방극장의 첫 진출작이 됐습니다. 덕분에 지난 1년 반 동안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고 해야겠네요. 성원에 힘입어 지금 월드 투어 콘서트도 진행 중이고, 2년 만에 국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활기차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비는 중국 저장위성TV를 통해 방송된 68부작 드라마인 〈다이아몬드 러버〉에서 세계 최고 다이아몬드 회사를 경영하는 매력적인 CEO 역을 맡았다. 비가 받은 출연료는 6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비의 중국 내 인지도와 스타성을 고려해 책정한 출연료로, 한류 스타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 1인 2역을 맡아서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작품을 준비하거나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또 연기를 하면서 겪은 고충을 설명해주세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무엇보다 제가 (김)인권이 형의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해내느냐가 관건이었어요. 제 몸에 밴 익숙한 말투와 몸짓을 버리고 온전히 김영수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권이 형이 김영수와 비슷한 캐릭터로 출연한 영화 〈방가방가〉와 〈약장수〉를 보면서 말투와 목소리 톤까지 성대모사 수준으로 연습했어요. 촬영을 시작하기 전 두 달 동안 발음 교정과 발성 연습도 병행하고요. 덕분에 웃음소리는 인권이 형과 거의 똑같아졌죠(웃음). 하지만 형의 연기 패턴을 따라하는 건 좀 더 복잡해서 형과 대본 리딩을 같이 하며 포인트에 맞춰 연습하고 있습니다. 촬영할 때마다 인권이 형이라면 이 장면에서 어떻게 할까도 연구하고요. 이 작품에서는 정말 저를 완전히 내려놨어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망가지는데, 자꾸 하다 보니 재미있어요.

▼ 원래의 정지훈 씨는 김영수와 이해준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두 인물 모두 저와 닮은 구석이 있어요. 저도 밝을 때는 더없이 밝고, 진지할 때는 이보다 심각할 순 없을 정도거든요. 두 가지 색깔이 제 안에 공존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쌍꺼풀이 없다는 점이 두 사람과 닮았죠(웃음).

▼ 하이라이트 영상에 나온 노출 신을 보면서 꼭 하고 싶은 질문이 생겼어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것처럼 완벽하고 섹시한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데, 비결이 뭔가요.
전에는 식단 조절을 했어요. 그래서 맵고 짜고 단 음식을 일부러 멀리했는데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그렇게는 못 하고, 삼시 세끼를 다 먹으면서 운동을 하루에 한 번씩 꼭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게 비결이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리 피곤해도 팔굽혀펴기를 100회 정도 하고, 윗몸일으키기도 100회 정도 매일 하고 있어요.



‘나쁜 남자’와 ‘순정남’ 기질 공존

극에서 정지훈은 상의 탈의와 푼수 연기도 거침없이 한다. “나를 완전히 내려놨다”는 그의 고백처럼.


▼ ‘역송 체험’이라는 독특한 설정이라 촬영 에피소드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또 다른 역송 체험의 경우, 조직 보스가 여자인 오연서 씨의 몸에 들어가 사는 설정이라, 오연서 씨와 둘이 촬영할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생기네요. 보스 역이 몸에 밴 오연서 씨가 평소에도 가끔 남자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는다거나 정말 아저씨처럼 행동할 때가 있어요. 제가 ‘쩍벌남’ 다리를 모아주기도 하고, 여자처럼 행동하라고 농담도 자주 해요.

▼ 그동안 많은 미녀 배우와 호흡을 맞춰왔는데 이번에 상대역을 맡은 이민정 씨는 어떤 배우 같아요? 가까이서 지켜본 여배우들의 평소 모습은 어떤지도 궁금해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저는 여배우 복이 많았어요. 지금까지 정말 멋진 여배우들과 촬영을 했으니까요. 이번에도 이민정 씨, 이하늬 씨, 오연서 씨와 함께하게 되어서… 뭐,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아요. 최고죠! 아마 이 여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행복하실 거예요. 이민정 씨는 정말 착하고 배려심이 많은 분이고, 오연서 씨는 활달하고 털털하고 귀엽습니다. 그리고 이하늬 씨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예요. 미스코리아 출신이라서 그런지 항상 웃는 얼굴로 스태프들을 맞이하고, 어떤 때는 섹시하고, 어떤 때는 요조숙녀 같은 매력을 지닌 배우라고 생각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에겐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연인이 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배우 김태희다. 2011년 11월 쿠팡 CF 모델로 처음 만난 이들은 1년 뒤인 2012년 말부터 데이트를 즐기며 연인으로 발전했고, 현재 연예계에서 가장 결혼이 기대되는 스타 커플로 손꼽힌다. 지난해부터 두 사람의 결혼 임박설이 끊이지 않은 데는 팬들의 이런 간절한 바람이 한몫한 듯하다.

두 사람은 아직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애정 전선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두 사람은 여전히 예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지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비에게 이상형과 결혼관을 묻는 질문도 보냈으나 이에 대한 답은 오지 않았다. 김태희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김태희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을 어렴풋이 헤아릴 수 있는 대목이었다.


▼ 사랑하는 여자에게 ‘나쁜 남자’인가요, 아니면 ‘순정남’ 스타일인가요.
두 가지 면을 다 가진 것 같아요. 조금 나쁜 남자이기도 하면서 순정남 스타일?

▼ 정지훈 씨도 아저씨가 될 텐데 꿈꾸는 아저씨 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아주 멋있는 아빠’예요.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남자가 꿈꿀 만한 가장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는 1998년 그룹 ‘팬클럽’의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후 그가 ‘비’라는 예명으로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킨 건 2002년 솔로 1집 타이틀곡 ‘나쁜 남자’로 활동하면서부터다. 그리고 본명인 정지훈으로 연기에 입문한 건 2003년 이경희 작가의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를 통해서였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백혈병에 걸린 딸을 둔 사기꾼 제비 역을 한 이 드라마를 최고로 친다. 춤을 기막히게 잘 추는 댄스 가수인 줄만 알았던 그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이 작품에서 이제 막 데뷔한 배우 같지 않게 자연스러운 심리 묘사와 능청스러운 연기로 시청자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 가수와 배우 활동을 10년 넘게 병행하고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요.
가수와 배우 둘 다 너무 좋습니다. 저에게는 이 질문이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 같은 거예요. 앞으로도 꾸준히 겸업할 생각입니다. 중년이 되어서도 작은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들고 저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팬들과 담소를 나누며 노래를 부르고 싶고, 특히 배우로서는 하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하죠.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두 가지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뮤지컬도 해보고 싶어요.

▼ 지난 2년간 중국 활동으로 바빴는데 올해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한국 활동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하지만 연말에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게 될 것 같아요.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연말에 시상식이 많아서 참석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리고 월드 투어는 아마도 올 한 해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올해도 무척 바쁠 것 같습니다.

▼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인가요.
우선 〈돌아와요 아저씨〉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를 소망합니다. 현재 〈돌아와요 아저씨〉의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밤잠도 못 자고 불철주야 촬영에 임하느라 무척 고생하고 있거든요. 그만큼 시청률도 잘 나오면 좋겠지만 그건 하늘이 도와야 가능하기에, 높은 시청률을 바라기보다는 저희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에 남는 작품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월드 투어의 모든 공연 일정이 안전하게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한국 공연은 잘 끝났고, 중국 공연은 앞으로 3회 남았어요. 이후 일본, 북미 투어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드라마도, 월드 투어도 잘 마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지호영 기자, 뉴시스 SBS 〈돌아와요 아저씨〉 제공 | 디자인 · 이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