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6시 30분경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는 역사 안을 갑자기 한 남성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얼마 후 지하철이 도착하자 이 남성은 달리기를 멈추고 지하철에 올라탔다. 소동은 이렇게 시작됐다.
오전 6시 50분경 3호선 종로3가역.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뒤로는 뿌연 소화기 분말로 가득 차 있었다. 아까 그 남성의 짓이었다. 그는 지하철 안 곳곳에 소화기를 뿌리고 도주했다.
그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종로3가역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강남역으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린 그는 옷을 모두 벗고 신발만 신은 채 왕복 10차로 강남대로 한복판을 15분 동안 마라톤 하듯 뛰어다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김 씨를 업무방해와 재물손괴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아직까지 병원에 있는 김 씨는 자신을 찾아온 경찰에게 “별 이유는 없었다. 지금은 뉘우치고 있다”고 진술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