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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3세’ 정일선 사장 갑질 논란

입력 | 2016-04-09 03:00:00

수행기사 매뉴얼 100여쪽… 못지키면 폭언-폭행에 감봉-퇴직까지
“빨리 가자고 할땐 모든 법규 무시… 길 막히면 운전중에도 머리 맞아”
진술 잇따라… 鄭사장 “사과드린다”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46·사진)이 수행 운전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교통법규 위반 강요와 초벌 빨래 세탁 방법 등이 담긴 ‘사장 수행 운전사 행동 매뉴얼’까지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정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8일 공개된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수행 운전사 행동 매뉴얼에는 정 사장을 깨우는 모닝콜 요령과 초인종 누르는 방법, 정 사장이 운동을 하고 난 뒤 운동복 초벌 세탁 방법 등 수행 운전사가 해야 할 하루 일과가 A4 용지 100여 장 분량에 빽빽하게 담겨 있다. 전화를 받을 때까지 ‘악착같이’ 모닝콜을 해야 하고 “가자”라는 문자메시지가 오면 ‘번개같이’ 뛰어 올라가야 한다고도 명시돼 있다. 또 출발 30분 전부터 빌라 현관 옆 기둥 뒤에서 대기하라고 되어 있어 도를 넘는 ‘갑질 매뉴얼’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차를 운행할 때는 아예 위법을 노골적으로 지시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차량 운행 시 빨리 가자는 말씀이 있을 경우 신호, 차선, 과속카메라, 버스전용차로 무시하고 목적지 도착이 우선’이라고 붉은 글씨로 강조돼 있다. 매뉴얼을 지키지 못하면 운전사는 경위서를 쓰고 벌점에 따라 정신교육, 감봉, 퇴직 처분된다.

정 사장의 과거 수행 운전사들은 매뉴얼을 지키지 못하면 정 사장이 수시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증언했다. 길이 막히면 운전 중에도 머리를 맞거나 욕설을 당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현대비앤지스틸은 8일 오후 4시 정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정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더 잘했어야 함에도 젊은 혈기에 자제력이 부족하고 미숙했다”며 “관계된 분들을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2005년부터 현대비앤지스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 사장은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한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대표의 친형이다. 부인은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녀 은희 씨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스테인리스 강판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비앤지스틸은 이번 논란이 불거지기 하루 전인 7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한편 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정우현 MPK그룹 회장(68)은 9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앞서 정 회장은 2일 서대문구 대신동 MPK그룹 소유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문이 잠겨있자 이 건물 경비원 황모 씨(58)의 뺨을 두 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민지 jmj@donga.com·정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