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근무하는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이 지난달 집단으로 탈출해 동남아를 통해 7일 국내에 들어왔다. 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제재 결의로 식당 경영이 어려워졌는데도 외화 상납 압박이 계속되자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TV와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접하며 남한의 실상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데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고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이들의 집단탈출은 한 달 전 한국 정부가 해외의 북한식당 이용 자제 등 독자적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한 뒤의 첫 성과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12개 국가에서 운영하는 130여 개의 식당은 연간 1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주요 외화 수입원이다. 정부의 제재 조치 이후 북한식당을 찾는 한국 관광객과 주재원, 교포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중국 동북 3성의 북한식당 중 일부는 운영난으로 폐업했다.
해외 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은 북한 내에선 중산층 이상이고 출신 성분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외화벌이에 나선 북한의 중산층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회의가 번져 간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이 중국과의 국경 지대에 대한 단속을 크게 강화하면서 탈북자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집단탈북이어서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