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수석논설위원
바로 옆 수성갑 선거구로 옮겼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는 “31년 만에 야당 후보를 뽑아 달라”고 호소한다. 지친 기색인 김부겸도 표정이 환하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7∼20%포인트 앞선다. 김문수는 아침 일찍 사죄의 100배(拜)로 유세를 시작했다. 막장 공천 수혜자가 역설적으로 유승민(동을)이라면 김문수는 최대 피해자일 수 있다.
주호영의 당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 안 하는 3선이냐, 일 잘하는 인선이냐’(이인선 후보)라는 공격에도 ‘일 잘하는 3선이냐, 일 배우는 초선이냐’로 가볍게 따돌린다. 유승민의 낙승을 예상하는 사람도 많다. 한 선거 전문가는 “새누리당이 동구청장을 지낸 이재만을 공천했더라면 초박빙의 승부가 됐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그러나 이번은 다를 것 같다. 김문수 후보가 고교 후배(경북고)가 공 들인 곳에 온 것은 정치적 오판일 수 있다. “이한구가 망쳐놓은 수성갑에 안면몰수하고 내려온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경북대 K 교수)
야당 성향으로 무소속 출마한 홍의락 후보(북을)도 승기를 잡았다. 정종섭 후보(동갑)는 경북고 동기동창인 류성걸 후보, 추경호 후보(달성)는 구성재 후보와 경합 중이다. 진박(진짜 친박) 정종섭은 선거 현수막에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넣고 한 표를 읍소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앞서 무소속 조해진 후보(밀양-창녕-함안-의령)는 밀양 수산시장 앞 유세에서 간절하게 한 표를 호소했다. 5일장의 한 상인은 “이건 아니지예”라며 여당의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공천’을 비판했다. 지금 대구에서는 남진의 ‘가슴 아프게’를 패러디한 “공천과 공천 사이에 이한구가 없었더라면 쓰라린 탈당 무소속만은 없었을 것”이라는 노래가 유행하고 있다.
대구는 과연 불타고 있는가. 바람은 불고 있는가. 대구의 불길이 PK(부산경남)의 김해, 양산, 부산 북-강서·사상·사하로 이어지는 ‘낙동강 벨트’ 너머로 번질 건가. 총선의 막판 변수인 북풍(김정은의 도발)이나 박풍(대통령의 호소)은 없을 건가.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