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데이비드 핸드 지음/전대호 옮김/300쪽·1만7000원·더퀘스트
놀라운 우연의 일치에는 뭔가 우리가 모르는 힘이 작용하는 걸까? 영국 런던 임피리얼 칼리지의 수학과 명예교수로 왕립통계학회장 등을 지낸 저자에 따르면 이처럼 극도로 개연성이 낮은 사건도 ‘흔히’ 일어난다. 책은 일상의 사건을 가지고 주요 ‘우연의 법칙’을 설명한다.
한 사람이 로또에 두 번 당첨되는 일도 설명 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운영되는 로또 복권의 수,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수와 그들이 사는 복권의 수, 그들이 평생 로또에 참여하는 횟수 등을 고려하면 그 같은 일이 벌어질 기회가 아주 많다고 볼 수 있다. 기회가 많으면 드문 일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아주 큰 수’의 법칙이다.
책은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 골라 결론을 도출하는 오류와 관련된 ‘선택의 법칙’, 데이터 해석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생기는 오류와 관련된 ‘충분함의 법칙’ 등도 소개한다.
개인적인 이야기 한 가지. 오래전 기자는 같은 대학이지만 별 관계없는 학과에 다녔던 한 여성과 첫 데이트를 한 바로 다음 날, 드넓은 캠퍼스에서 그 여성과 ‘우연히’ 마주쳤다. 당시에는 ‘아주 큰 수’의 법칙과 ‘선택의 법칙’을 몰랐으므로 ‘이게 운명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라고 생각했고, 바로 두 번째 데이트를 했던 두 사람은 지금 한지붕 아래 산다. 저자여, ‘알고 싶지 않은’ 학문적 진실도 있는 법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