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모던/한석정 지음/518쪽·2만8000원/문학과지성사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에서 1930년대 만주를 떠도는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정우성 분)의 대사다. 독립투사로 각인된 만주 조선인들의 기존 이미지와는 차이가 있다. 이른바 ‘만주 웨스턴’ 장르로 분류되는 이 영화에서 만주는 서양 같기도 하고, 동양 같기도 한 묘한 장소다.
일본과 러시아의 패권 경쟁은 만주를 다양한 ‘문화 용광로’로 이끌었다. 실제로 만주국은 한족과 만주족, 일본인, 조선인, 몽골인의 협력을 강조한 오족협화(五族協和)를 통치 이념으로 내세웠다.
1930년대 만주국 최고 행정기관이었던 ‘국무원’ 건물. 일본 도쿄의 국회의사당을 본떠 지었다. 동아일보DB
만주국의 경제 시스템도 한국의 중공업화 노선과 관련이 깊다. 일제가 만주에 세운 공업단지는 당시로선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소련이 2차 세계대전 직후 수만 명을 동원해 각종 생산, 발전 시설을 해체해 자국으로 옮길 정도였다. 만주 공업단지는 전후 중국의 중공업화 노선에 공헌하기도 했다.
저자는 만주국과 근대화의 연관성을 설명하면서 편협한 민족주의 시각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식민 경험은 오로지 고난의 시기였던 것만이 아니라 훗날 식민 지배자를 능가할 모방, 차용, 변형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