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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기억의 숲’에 은행나무 301그루 심어진 사연

입력 | 2016-04-10 17:24:00


전남 진도에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기리기 위해 처음으로 조성된 기억의 숲에 은행나무 301그루가 심어졌다. 이곳에 은행나무 301그루를 심은 사연은 무엇일까?

세월호 기억의 숲은 9일 진도 팽목항에서 육지 쪽으로 4.16㎞떨어진 임회면 백동리 군유지인 무궁화동산 3000㎡에 완공됐다. 기억의 숲 조성은 세계적 여배우 오드리 헵번의 첫째 아들이 제안해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과 세월호 유가족, 시민 등이 참여했다.

기억의 숲에는 3m간격으로 17~20년생, 높이 3.5m인 은행나무 301그루가 촘촘히 심어졌다. 트리플래닛과 진도군은 무궁화동산이 바닷바람이 거센 언덕 위라는 것을 감안해 해안에서 잘 자라는 동백, 은행나무 등 세 가지 수종을 놓고 고민했다. 트리플래닛 등은 천년을 살고 가을마다 노란색 단풍이 물들이는 은행나무를 식재수종으로 선택했다. 은행나무는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트리플래닛 등은 당초 기념의 숲에 세월호 희생자 숫자를 의미하는 은행나무 304그루를 심을 예정이었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304그루를 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한그루라도 고사하면 세월호 희생자가 연상돼 견딜 수 없이 힘들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유족들은 은행나무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위해 300그루를 심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 하지만 나무를 실제로 심는 과정에서 조경업체가 은행나무 한 그루를 실수로 더 가져왔고, 가져온 나무를 그대로 심는 바람에 301그루가 자리 잡았다.

트리플래닛이 지난해 은행나무 30그루를 심어졌지만 거센 바람에 모두 쓰러졌다. 트리플래닛은 유족들 마음을 헤아려 은행나무가 한그루라도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 지지대 속 말뚝, 로프라는 삼중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또 전국에서 가장 좋은 은행나무를 가져다 심었다. 트리플래닛 정민철 이사(31)는 “기억의 숲이 조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토록 키우겠다”며 “국민들이 많이 다녀가 세월호 아픔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기억의 숲 중앙에 설치된 조형물 기억의 벽은 꼭지점 높이 476㎝는 세월호 총 탑승객을, 벽면 주름과 선 304개는 희생자를 상징한다.

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