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에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기리기 위해 처음으로 조성된 기억의 숲에 은행나무 301그루가 심어졌다. 이곳에 은행나무 301그루를 심은 사연은 무엇일까?
세월호 기억의 숲은 9일 진도 팽목항에서 육지 쪽으로 4.16㎞떨어진 임회면 백동리 군유지인 무궁화동산 3000㎡에 완공됐다. 기억의 숲 조성은 세계적 여배우 오드리 헵번의 첫째 아들이 제안해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과 세월호 유가족, 시민 등이 참여했다.
기억의 숲에는 3m간격으로 17~20년생, 높이 3.5m인 은행나무 301그루가 촘촘히 심어졌다. 트리플래닛과 진도군은 무궁화동산이 바닷바람이 거센 언덕 위라는 것을 감안해 해안에서 잘 자라는 동백, 은행나무 등 세 가지 수종을 놓고 고민했다. 트리플래닛 등은 천년을 살고 가을마다 노란색 단풍이 물들이는 은행나무를 식재수종으로 선택했다. 은행나무는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트리플래닛이 지난해 은행나무 30그루를 심어졌지만 거센 바람에 모두 쓰러졌다. 트리플래닛은 유족들 마음을 헤아려 은행나무가 한그루라도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 지지대 속 말뚝, 로프라는 삼중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또 전국에서 가장 좋은 은행나무를 가져다 심었다. 트리플래닛 정민철 이사(31)는 “기억의 숲이 조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토록 키우겠다”며 “국민들이 많이 다녀가 세월호 아픔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기억의 숲 중앙에 설치된 조형물 기억의 벽은 꼭지점 높이 476㎝는 세월호 총 탑승객을, 벽면 주름과 선 304개는 희생자를 상징한다.
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