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회피를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후폭풍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4일 사상 최대 조세회피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의 공개로 부친 이안 캐머런(2010년 9월 사망)이 조세회피처인 바하마에 투자펀드를 두고 탈세한 정황이 드러나 자신에게도 조세회피 의혹이 일자 4차례에 걸쳐 성명을 내며 이를 전면 부인해왔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는 사흘이 지난 7일에야 아버지의 역외 신탁회사 지분 보유 사실을 뒤늦게 인정해 궁지에 몰렸다. 야당과 시위대는 캐머런 총리가 그동안 조세 포탈 기업과 개인들을 계속 비난해 왔다는 점에서 총리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는 “돈을 어딘가 세금을 내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은 사실상 우리 사회에 필요한 서비스에서 돈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출신인 켄 리빙스턴 전 런던시장은 “당장 물러나야 할 뿐만 아니라 캐머런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같은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캐머런 총리는 10일에는 2009년 총리 취임 이후 6년간 자신의 모든 금융기록이 담긴 재정보고서도 전격 공개했다. 캐머런 총리는 11일에는 자신의 부친의 사례를 포함해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된 탈세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영국 국세청과 국가범죄수사국이 참여하는 합동조사팀(TF) 구성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자신의 금융기록을 공개했다가 오히려 상속세를 회피한 논란에 휘말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2010년 숨진 부친으로부터 상속세 면제 한도액인 30만 파운드를 물려받은데 이어 모친으로부터도 2011년 5월과 7월 각각 10만 파운드씩 20만 파운드(약 3억2500만 원)를 송금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에선 소유자가 사망하기 7년에 증여할 경우 최대 32만5000 파운드까지 상속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모친이 2년만 더 살아있게 되면 송금액의 40%에 해당하는 8만 파운드를 면제받으려는 ‘꼼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6~7일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캐머런 총리의 국정 운영지지도는 36%에 그쳤다. 2013년 7월 이래 3년 만에 최저치다. 6월 23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앞두고 캐머런 총리의 국정운영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