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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파견법 개정, 방치할 것인가

입력 | 2016-04-11 03:00:00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소상공인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다. 국내 치킨 업체가 맥도널드의 전 세계 매장보다 많다는 연구기관의 조사도 있다. 치킨집뿐만 아니라 커피숍, 휴대전화 대리점, 편의점, 음식점 등도 수요에 비해 과다하게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있을까. 2013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은 사업체 수 기준 296만 개로 전체 사업체의 86.6%를 차지한다. 2015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결과 자영업자는 556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자영업 분야는 과다 창업, 과다 경쟁, 낮은 생존율로 이어지는 ‘과밀’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않고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6.8%로 OECD 평균인 15.8%를 상회한다. 32개 회원국 중 4위다.

그 결과 2013년 자영업자의 5년 생존율은 29.0%에 불과하다. 2008년 창업한 100명 중 2013년까지 29명만이 살아남았다는 말이다. 업종별로 다르나,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생존율이 낮고, 서비스업 중에서도 숙박·음식점업(17.7%), 도소매업(25.0%) 같은 생활 밀착형 업종의 생존율이 낮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 폐업으로 인한 손실은 최소 5조6000억 원에서 최대 30조3000억 원이다. 그런데도 자영업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자영업 이외에 취업할 만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50대 이상이 많은 자영업자에게 정규직 또는 상용직 일자리를 제공할 만한 곳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한편 제조업 자영업자, 즉 소공인의 상당 부분은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에 종사한다. 뿌리산업을 영위하는 사업체 중 99.7%가 중소기업이며, 이 중 소공인이 68%를 차지한다. 그러나 작업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2012년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뿌리산업의 인력 부족 규모는 약 2만8000명이다. 대부분 소공인에 집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상인은 과다 창업과 과다 폐업을 반복하고 있고, 뿌리산업을 영위하는 소공인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그 해법의 실마리를 최근 논란이 된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파견 허용 대상의 확대다. 5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 업무와 금지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는 것이고, 주조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에는 연령제한 없이 파견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법이 보장하는 ‘경제적 자유’에 의거한다면, 자영업이 제아무리 과밀해도 그 이유만으로 창업을 막을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렇다면 대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자영업자 유입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고, 매월 자기 인건비도 벌지 못하는 ‘한계 자영업자’에게 퇴로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방법이다. 아울러 뿌리산업 자영업자에게도 인력 유입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파견법이 통과되면 뿌리산업 파견 확대로 최대 1만3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거나, 최대 3만6000명의 한계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은 긴박하다. 국회가 총선에 몰두한 지금도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은 흘러간다. 파견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이유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