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현장을 가다]<3> SK텔레콤 종합기술원
SK텔레콤은 지금까지 29종의 스마트홈 기기들을 시장에 내놨다. 모델들이 현관문 잠금장치를 스마트폰으로 제어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자체 개발한 개방형 스마트홈 서비스 플랫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를 적용한 도어록과 제습기, 보일러, 가스밸브차단기 등도 첫 제품으로 내놨다. 당시 국내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SK텔레콤은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집 안 에어콘과 제습기를 틀고 조명을 밝히는 미래의 생활상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 청사진이 얼마나 현실로 구현됐을까.
○ 스스로 배우는 스마트홈 기기들
이 과장이 가장 신기하게 느꼈던 건 ‘학습 기능’이었다. 기기가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스스로 분석해 반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6개월 전 초기에는 집 앞 슈퍼에 잠시 걸어 나가도 ‘외출 모드로 변경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떴다. 하지만 일정 기간 몇 차례 ‘아니요’를 선택하고 나니 이제는 그 슈퍼에 갈 때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약 2주간 스마트홈 서비스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해 상황별로 최적화된 제안을 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홈 서비스는 기존에 타이머 정도만 있었던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전등 등에 ‘시간’ 개념도 접목시켰다. 궁극적으로는 학습 기능을 통해 기기들이 주로 켜지고 꺼지는 시간대를 배워 스스로 소등 등을 스마트폰으로 제안하는 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1일부터 전국 140여 개 T프리미엄 매장에서 보일러, 공기청정기 등 스마트홈 가전제품 13종을 판매하고 있다.
머지않아 스마트홈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일반화될 수 있을까. 이 과장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부로서 원격으로 집안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된다”며 “체험 기간이 끝나면 공기청정기 등 일부 기기들을 직접 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IoT는 결국 플랫폼 싸움”
현재 SK텔레콤 R&D의 중추인 종합기술원은 2011년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한 부문으로 시작했다.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팀 구조를 따랐던 기술 부문은 2012년 종합기술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랩 구조로 개편했다. 심도 있는 자체 R&D를 통해 개발 결과물의 종합 테스트까지 포함하는 실험실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총 22개의 랩 중 IoT랩에는 대부분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산업공학 석·박사인 22명의 연구원이 몸담고 있다.
2012년부터 이곳을 이끌어온 윤종필 IoT랩장은 “누구나 IoT 플랫폼을 활용해 DIY(Do It Yourself)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고 밝혔다. 단순히 가전에 적용하는 스마트홈을 넘어 일반인이나 중소벤처기업도 원하는 대상에 IoT를 입힐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다.
윤 랩장은 “결국 IoT는 당장의 수익이 중요한 게 아니라 플랫폼 리더십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우리 플랫폼을 적용한 기기가 100만 대 이상으로 퍼져나간다면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랩장은 “각종 산업 현장에서도 IoT를 활용해 부품이나 장비를 어느 시점에 교체해야 할지, 상품의 유통 상태는 어떤지 미리 알려줌으로써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 세계 IoT 산업이 지난해 7000억 달러(약 805조 원) 규모에서 2020년까지 1조46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IoT 시장도 지난해 3조8000억 원에서 2022년에는 약 6배(22조9000억 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