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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실험실]빌딩숲서 즐기는 정오의 꿀잠… 도심 영화관 시에스타 서비스

입력 | 2016-04-11 03:00:00

‘수면카페’와 비교해보니…




동아일보 김배중 기자가 7일 서울 영등포구 CGV 여의도점 프리미엄관에서 안대를 착용하고 영화관 수면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사무실에서 쏟아지는 잠을 참다못해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 뚜껑을 내려놓고 눈을 붙인 경험,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0, 40대 한국인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약 7시간 30분(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1시간 정도 짧다. 이 때문인지 최근 낮에 잠시 잘 수 있는 수면카페가 유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영화관이 ‘수면 서비스’를 시작했다. CGV 여의도점이 3월 14일부터 시작한 ‘시에스타’는 영화 관람에 2만5000원인 프리미엄관을 월∼목요일 오전 11시 반∼오후 1시 낮잠 공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1만 원에 담요, 귀마개, 1회용 슬리퍼와 차 등을 제공한다. 과연 영화관에서 눈을 붙이는 게 수면 카페보다 편안할까.

7일 찾은 극장은 낮은 조도의 조명에 좌석마다 양초 모양의 전등이 놓여 있었다. 은은한 아로마 향과 음악도 흘렀다. 프리미엄관 좌석은 버튼을 누르면 180도까지 눕힐 수 있는 자동 소파로 돼 있었다. 여성, 남성, 커플용으로 구획이 나뉘어 있고, 96석 중 절반인 48석만 개방해 옆자리와 붙지 않도록 배려했다.

오전 11시 반부터 입장을 시작해 낮 12시가 되면 조명이 완전히 꺼진다. 담요를 덮고 눕자 깜깜해서인지 금세 잠이 왔다. 시간이 지나 입장할 경우 직원이 발밑에 불을 비추며 안내한다. 간간이 입장하는 사람들의 발소리 때문에 잠이 깨기도 했지만 크게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꿀잠’이 가능했다. 오후 1시가 되면 조명이 밝아지고 음악 소리가 커지면서 잠을 깨운다. 못 일어나는 손님은 직원이 깨워 준다.

그럼 수면카페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준말)는 좋을까. 9일 오후 해먹에 누워 자는 서울 종로구의 N카페를 찾았다. 5000원이면 1시간 동안 쉴 수 있고, 나갈 때 차를 준다. 자리를 잡으면 직원이 온열방석을 깔고 담요를 덮어준다. 허공에 매달려서 잠을 청하는 기분이 색다르지만 잠자기보다는 이색 체험을 하는 공간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8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의 M카페는 안마의자를 도입한 수면카페 체인이다. 가격은 음료를 포함해 50분에 1만3000원. 약 150cm 높이의 파티션으로 좌석마다 공간이 확실히 구분돼 있었다. 안마기에 몸을 넣자 금세 곯아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수시로 이용하느라 들락거리고 기계 소음이 있기 때문에 영화관만큼 조용하지는 않았다.

빛이 완전히 차단된다는 점, 소음이 덜하다는 점,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영화관이 확실히 장점이 있었다. 이용 가격이 높은 곳일수록 수면의 질도 좋았다.

7일 ‘시에스타’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기자를 제외하면 4명에 불과했다. 다음 날인 8일 같은 시간대에 상영한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의 전국 평균 좌석점유율(9.2%)과 비교하면 영화 상영보다 손해 보는 장사인 셈이다. CGV 측은 “영화관을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차원에서 도입한 서비스다. 반응이 좋을 경우 직장인이 많은 지역을 위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이새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