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황사-안개 3중공습… 주말 벚꽃놀이 시민들 당황
주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높은 농도를 유지한 미세먼지(PM10)는 황사, 안개와 뒤섞여 전국을 뒤덮었다. 기상 당국의 황사와 미세먼지 예보가 빗나가자 주말 꽃놀이를 나온 시민들은 어두운 하늘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11일에도 공기가 정체돼 있는 호남권과 충청권,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까지 치솟는 곳이 있겠다.
서울은 10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로써 8일부터 연달아 사흘 내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8일 오후부터 한반도의 높은 상공을 지나던 황사가 하강기류를 만나면서 예상과 달리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았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8일 오전까지만 해도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농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예보했다. 그러나 6시간도 지나지 않아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치솟았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원은 뒤늦게 미세먼지 ‘나쁨’으로 상황을 수정했으나 다음 날인 9일 미세먼지는 전국 곳곳에서 ‘매우 나쁨’ 수준까지 올라갔다. 심지어 전남 여수시는 9일 오후 3시쯤 미세먼지가 m³당 459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 이르렀다. 이는 미세먼지 농도가 종종 500μg 가까이 치솟는 중국 베이징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상청도 체면을 구겼다. 9일 오후부터 전북 지역을 비롯한 남부 지역에 강하게 황사가 영향을 미쳤지만 그 전날인 8일에도 “황사가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상청은 황사가 시작된 9일 오후 이후 황사가 발생했다고 밝혀 빈축을 샀다. 이날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에 몰린 시민 중에 마스크를 챙긴 사람은 한두 명에 그쳤다. 서울에서 전주로 관광을 왔다는 황모 씨(29)는 “하늘이 캄캄할 정도로 목이 칼칼한데 미세먼지와 황사 관련 예보를 제대로 내리지 않았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높은 일교차 때문에 서해안을 중심으로 안개가 나타나면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더 커졌다. 10일 오전 미세먼지와 안개로 인천과 연안 도서를 잇는 9개 항로 여객선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발도 묶였다.
이날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윤중로)도 봄꽃이 절정이라는 소식에 시민들이 몰렸으나 하늘을 뿌옇게 메운 미세먼지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날 한때 서울 도심은 가시거리가 2km 안팎에 그치기도 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