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주 지지자모임 르포
40대 이상 지지자들 30여명 교육… “55∼64세 트위터 이용률 급증
SNS 지지층 확산이 본선경쟁력… 2008년 유튜브실패 되풀이 말자”

실물 크기 힐러리 입간판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이 9일 오후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 주 록빌 시 교외의 한 주택에 모여 소셜미디어 홍보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주택 입구에 있는 클린턴의 실물 크기 입간판이 눈에 띈다. 록빌=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의 입간판이 서 있다. 유세장에서 즐겨 입는 연두색 투피스 정장 차림의 사진을 실물 크기(167cm)로 만들었다. 들어오는 사람마다 “오 마이 갓, 힐러리네”라며 웃었다.
이곳에선 클린턴의 메릴랜드 지지자를 상대로 ‘은밀한’ 모임이 열렸다. 소셜미디어 선거전에 대비한 ‘댓글’ 훈련이었다. 클린턴은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70)보다 소셜미디어 경쟁력이 뒤처진다. 클린턴의 트위터 팔로어는 591만 명, 트럼프는 752만 명이다. 트럼프는 최근 “트위터로 언제든 수십만 명의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 뉴욕타임스를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4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70대 할머니도 눈에 띄었다. 이들의 고민은 트위터, 페이스북 사용법은 알고 있지만 무엇을 올려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행사를 위해 자택을 개방한 마거릿 해들리 씨는 “내 친구 상당수는 공화당원이다. 내가 페이스북에 힐러리 지지 글을 올리면 역효과가 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또 다른 소셜미디어 전문가인 찰스 니켓 씨(45)는 “논란이 있더라도 화제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 복잡한 내용이 아니어도 된다. 시범을 보여 주겠다”며 행사장 앞 입간판 옆에 섰다. 그는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클린턴 입간판과 셀카를 찍더니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날 행사는 클린턴 진영이 지역 풀뿌리 조직까지 본선 대비 체제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소셜미디어 교육을 해야 할 정도로 지지층이 노쇠해 이슈에 발 빠른 대처가 어렵다는 점도 드러냈다. 본격적인 소셜미디어 전쟁에 대비한 캠프 차원의 구체적인 전략도 이제 발걸음을 떼는 단계다. 클린턴 캠프 메릴랜드 지부 조직책임자인 캐서린 디어코스키 씨(55)는 “앞으로 이런 모임을 지역별로 정례화해 본선을 앞두고 소셜미디어별 대응 요령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록빌(메릴랜드)=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