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김홍신 소설가
번번이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소리를 듣는 정치 혐오는 분명 정치인들의 책임이지만 사리사욕에 빠진 정치인에게 매섭게 회초리를 들지 않는 주권의식의 허물도 결코 가볍지 않다. 주인이 한눈팔면 머슴이 주인 행세를 하는 법이다. 지난 시절에는 선거가 끝나고 당선증을 받는 순간 그들은 주인 행세를 하고 국민은 머슴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으로 바꿔야 한다. 4·13총선의 투표율이 저조할 거라는 분석이 있다. 19대 국회에 대한 실망과 공천 과정에서의 국민 멸시와 공천자의 횡포를 낱낱이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죽하면 투표하지 않을 권리도 주권 행위라는 주장까지 나왔겠는가. 이런 국민감정의 치유는 마땅히 정치권의 반성과 깨끗한 선거와 국민 요구에 복종하는 자세로 보답해야 한다. 유권자 역시 정치를 비판하려면 바르게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머슴을 고르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나중에 일 못한다고 야단치는 것은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인구 5000만 명의 남한은 성장이 둔화되었지만 우리 민족이 상승 기류를 타기 위해 북한과 평화롭고 따뜻한 통일을 해서 8000만의 대국을 가꾸려면 먼저 우리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그러기에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병폐에 절어 있는 후보는 솎아내야 한다. 화가 나더라도 후손들에게 건강한 세상을 남겨줄 인물은 뽑아야 한다. 투표가 끝나고 국민에게 ‘갑질 횡포’를 부릴 후보들은 응징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당당하게 확인하고 주인 자리를 되찾는 일이다. 그래야 이 땅에서 가슴 아픈 역사를, 속상하고 분한 일을, 강대국에 휘둘리는 일을 걷어낼 수 있다.
사람은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가장 초라해진다. 오래전에 기표 도구가 M1 소총 탄피일 때도 있었고 붓두껍일 때도 있었지만 통칭하여 ‘손가락 선거’라고 한다. 정치가 더럽다고 외면하면 정치는 더욱 후퇴한다. 투표로 말하고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투표는 이 땅에 기쁨과 희망을 나누어주는 ‘손가락 혁명’인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그래서 우리가 ‘희망공장’이 되어야 한다.
김홍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