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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자기도 모르게 7년간 공항에 사진 걸린 여성, 법원 판결은?

입력 | 2016-04-11 16:43:00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기둥에 전시돼 있던 김모 씨의 사진.


“누나, 공항에 누나 사진이 있네요!”

지난해 4월 한 도립무용단 소속 무용수 김모 씨(34·여)는 지인이 보내준 사진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한 구석에 2007년 초 춘천의 한 야외무대에서 장구춤 공연을 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이 버젓이 걸려 있었다. 놀란 김 씨가 공항 측에 확인한 결과 사진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약 7년 간 해당 사진을 편집해 인천공항 출국장 게이트 벽면 및 기둥 등 다수 공간에 전시 돼 있었다.

김 씨의 사진이 무단으로 이용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2007년 공연에서 김 씨의 모습을 촬영한 한 시민이 사진을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대한민국 관광포스터 공모전’에 출품해 입선에 뽑혔다. 김 씨의 동의 없이 이뤄진 촬영이지만 해당 사진이 입상하면서 김 씨의 사진은 2008년 한 여행업체의 버스 외관 랩핑에도 쓰였다. 당시 지인의 제보로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해당 여행업체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이의를 제기해 사진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일단락을 지었다.

하지만 김 씨의 사진이 삭제되기 전인 2007년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김 씨의 사진을 다운로드받아 공항 인테리어에 사용하면서 2015년까지 김 씨도 모르게 사진이 공공장소에 그대로 전시됐다. 이에 김 씨는 사진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관광공사를 상대로 “초상권을 침해받아 정신적,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인천지법 민사10단독 정원석 판사는 “한국관광공사의 부주의로 인한 김 씨의 정신적 피해가 일부 인정되므로 위자료로 3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1일 밝혔다. 정 판사는 “불특정 여행자들이 오가는 공항 청사 내에서 본인의 허락 없이 장기간 사진이 노출돼 김 씨가 상당한 당혹감과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 자명하다”면서도 “김 씨 측이 주장한대로 초상의 상업적 이용에 관한 퍼블리시티권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 씨의 정신적 피해는 인정하지만 현행법상 재산 침해까지 인정하긴 어렵다는 취지였다.

최승재 변호사는 “국내법 상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일반인은 물론 유명인들의 퍼블리시티권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퍼블리시티권을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