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한국은행이 발행해 시중에 유통 중인 현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90조 원을 넘어섰다.
11일 한은에 따르면 2월 말 현재 한은의 화폐 발행잔액(말잔)은 90조7942억 원으로 1월 말(89조6270억 원)보다 1조1672억 원(1.3%) 증가하며 90조 원 선을 돌파했다.
한은의 화폐 발행잔액은 한은이 공급한 화폐에서 환수한 금액을 제외하고 현재 시중에 남아 유통되고 있는 금액을 말한다. 한은의 화폐 발행잔액은 2014년 8월 70조6124억 원으로 70조 원 선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2월 80조5022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화폐 공급량이 늘어난 게 주원인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대규모 화폐 발행에도 실물경제에는 제대로 돈이 돌지 않는 모습이다. 2008년 7월 한때 27.3배까지 상승했던 통화승수는 올해 1월 17.2로 내려앉았다. 통화승수란 한은이 공급한 돈이 금융회사 등을 통해 몇 배로 불어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화승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잘 돌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가계는 현금보유를 늘리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돈을 풀어도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