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화 시행 이후 보험료 줄인상… 1분기 특화 상품 승인율은 반토막
당국 “과도한 인상 판단땐 다시 규제”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은 암보험,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의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내렸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보험료를 운용해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로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내려가면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는 10%가량 올라간다. 보험사들은 “저금리 지속으로 예정이율이 내려가고 수익성이 악화돼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예정이율 인하를 앞둔 지난달 말에는 “다음 달부터 보험료가 올라간다”며 ‘절판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보장성보험뿐 아니다. 실손보험료도 올해 들어 평균 25.5% 인상됐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2015년 상반기 현재 국민의 62%(3150만 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여기에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도 총선이 끝나면 줄줄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KB손해보험이 지난달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3.5% 인상했고, 올해 초에는 현대해상이 2.8% 높였다.
하지만 이처럼 보험사들이 보험료만 올렸을 뿐 당국이 정책 목표로 내건 보험 상품의 다양화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 6개 상품 가운데 이를 허가받은 상품은 2개(승인율 33%)에 불과하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12개 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 신청을 해 9개(75%)를 허가받은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오히려 승인율이 줄어들었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규제 자율화의 효과가 시간이 지나야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상품 개발에 기본적으로 시간이 필요하고, 보험 상품 영업을 통해 보험사의 수익 구조가 안정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또 2020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4)에 따라 보험사들이 추가 자본을 적립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자율화 방안의 효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에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보험료 인상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내년에는 다시 규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보험 자율화가 보험사의 수익구조 개선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있다”면서 “상품 다양화를 통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 소비자 권익 향상에도 당국이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 배타적 사용권
한 보험사가 개발한 상품의 독창성을 인정해 다른 보험사들이 한시적으로 이와 같은 구조의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