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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라운드 제로’에서 약 160m 떨어진 히로시마 산업장려관의 돔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 건물 잔해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으로 명명돼 반핵·평화운동의 상징이 됐고 1996년엔 미국 중국의 반대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그 앞을 흐르는 모토야스가와 강을 끼고 원폭의 참상을 일깨우는 히로시마 평화기념 공원이 일대에 조성됐다. 한쪽엔 2만 명에 이르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비도 있으니 우리에겐 역사적 의미가 무겁다.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이 공원을 찾아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미국은 원폭 투하는 종전을 위해 불가피했으므로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 케리 장관이 “이번 방문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다”며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한 것도 사안의 민감성 때문일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다음 달 G7 정상회의 때 이 공원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미국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