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입후보자들은 선량의 꿈을 ‘좇는’ 걸까, ‘쫓는’ 걸까. 많은 이가 ‘좇다’와 ‘쫓다’의 쓰임새를 헷갈려 한다. 두 단어의 차이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정력 좇다 건강 쫓아버리죠.’ 즉 목표나 이상, 행복 따위를 추구하거나 남의 뜻을 따를 땐 ‘좇다’를, 발을 옮겨 이동하거나 급히 따라갈 때는 ‘쫓다’를 쓰면 된다. 그래서 선량의 꿈은 ‘좇는’ 것이다.
다만, 많은 이가 ‘좇다’를 써야 할 때 말맛이 강한 ‘쫓다’를 쓰고 있으니, 세월이 흘러 두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일을 세차게 밀고 나갈 때 쓰는 ‘팔을 걷어붙이다’란 표현도 재미있다. 가만, 팔을 어떻게 걷어붙일 수 있나. ‘소매를 걷어붙이다’라고 해야 옳다. 하지만 어쩌랴. 많은 이가 ‘팔을 걷어붙인다’고 하니. 그래서 우리 사전은 ‘팔을 걷어붙이다’를 관용구로 삼고 있다. “그 사람은 참 발이 넓다”라는 표현도 그렇다. 언중 누구나 발 자체가 넓다는 뜻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많아 폭넓게 활동하는 사람’, 즉 마당발을 지칭하는 뜻으로 쓰고 있다. ‘방문 닫고 들어와’도 ‘들어온 뒤에 방문을 닫으라’는 뜻으로 아는 것처럼.
이번 총선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국민이 정치를 혐오해서 무관심으로 치닫는다면 정치는 점점 더 잘못된 길로 갈 것이다. 정치인 자기들끼리만 모여서. 그러니 투표를 권리가 아니라 ‘심판할 의무’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