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식 한옥들은 디테일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왼쪽 점선은 한 한옥호텔에 설치된 전기 스위치, 오른쪽 원 안은 도어록을 설치한 한옥 대문과 자물쇠를 설치한 한옥 대문의 모습. 동아일보DB·한옥문화원 제공
장명희 한옥문화원장
그는 광고 종사자로서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다. 배낭여행이나 출장으로 외국에 갈 때면 역사적 건축물 감상도 빼놓지 않는다. “멋지다!”고 감탄하던 파리 구시가지의 오래된 석조건물이 생활에 얼마나 불편한지, 계단의 삐걱거림과 외풍은 또 얼마나 심한지를 그곳에 사는 프랑스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 전통 건축물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었으니, 한옥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명품은 디테일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비싼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철학도 확고하다. 그에게 명품은 큰 것에서부터 작은 요소에 이르기까지 기능과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것이다.
예를 들면 조명기구를 구하기 위해 며칠간 전문상가를 샅샅이 뒤졌지만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했다. 서까래며 보 등 목구조가 이루는 선이 많은 한옥과 어울리는 디자인 개발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대청에는 등 박스 없이 간접조명을 하기로 했다. 또 보안을 위해 대문에 설치한 도어록(door lock)의 금속 재질도 거슬린다. 그래서 도어록을 아예 달지 않는 이웃들도 있지만, 가족이 모두 외출할 때는 문을 밖에서 잠가야 하니 그게 꼭 필요했다. 그런데 그 재질과 디자인이 한옥의 목재 대문과 어울리는 제품은 없을까.
한옥을 지을 때 집의 미감을 좌우하는 세부와 현대생활 시설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요소에서 이런 문제는 발생한다. 그렇다 보니 결국 기성 제품 가운데 찾아 쓸 수밖에 없어서 많은 시간 준비하고 애써 지은 한옥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따로 디자인하여 맞춤 주문을 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 비용이 상당하다.
지난 10년간 한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빠르게 변했다. 북촌과 전주의 한옥마을은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가 되었고, 전라남도에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1300여 채의 한옥이 신축되었다. 개인주택은 물론이고 호텔 공공청사 도서관 등 다양한 용도의 한옥이 지어지고 있다. 신라호텔이 서울 장충동에 한옥호텔을 짓고 면세점을 입점시키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되면 한옥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성과는 전통문화 진흥을 목표로 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초기 동력을 제공했기에 가능했다. 현재 한옥 분야에서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큰 틀의 고민과 지원은 상당히 진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작은 요소들이다.
장명희 한옥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