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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서 뚝 떨어져 접근 힘든 도시公園 밤엔 비어있는 ‘空園’

입력 | 2016-04-12 03:00:00

[고독을 부르는 공간의 사회학]
1인당 면적 런던 26m²>서울 8m²




전문가들은 아파트 단지나 마을 안 주거 환경 못지않게 단지나 마을 인근에 공원을 비롯한 ‘열린 공간’이 어떻게 구성돼 있느냐도 이웃 간의 친밀도를 결정 짓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도록 이곳을 꾸미기만 해도 이웃 간의 접촉 빈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있으면 주민들의 삶이 달라진다.

서울 관악구 까치산 공원 옆 ‘청림 어울림길’은 아파트 단지 뒷길이다. 사실상 주말에만 차 없는 거리지만 아파트 구조상 평소에도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 타는 아이들과 주부들이 자주 모인다. 또 길을 따라 가로수가 빼곡히 심어져 있어 봄가을에는 꽃과 나무를 보려는 주민들로 가득 찬다. 이곳에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반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5가 A아파트 후문에 조성된 도심공원은 아무도 찾지 않는다. 빈 택지를 활용했지만 벤치프레스 같은 운동기구 몇 개만 있어서 대다수 주민은 이곳에 갈 만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있으나 마나 한 공원인 셈이다. 서울 관악구·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화성시 동탄의 공원문화를 연구한 강현미 서울대 도시설계학 박사(OCS도시건축사무소)는 “이런 열린 공간은 주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성과 즐길 수 있는 적절한 시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공원 건설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색 갖추기 식이 아닌 시민 편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서울 시내에는 소공원과 어린이공원, 근린공원 등 총 2105개 도시공원이 있다. 공원 개수로만 따지면 외국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리나라 1인당 공원 면적은 서울이 8.48m²(약 2.6평), 대전이 8.05m²(약 2.5평), 부산이 4.89m²(약 1.5평) 정도다. 미국 뉴욕(18.6m²), 영국 런던(26.9m²), 프랑스 파리(11.6m²)와 비교해 매우 좁은 편이다. 사람들이 맘 놓고 즐길 수 있도록 공원 면적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공원 조성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돈을 들여 터를 확보해 건설하고 관리해야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예산 확보, 적합한 장소 마련 등의 어려움을 이유로 주로 외진 곳에 구색 맞추기 식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정은 광장이나 놀이터 등 다른 열린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강 박사는 “열린 공간에 따라 그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잘 꾸민 열린 공간은 고립된 아파트 주민들에게 활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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