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의 전망은 정확히 ‘돈’과 일치했다. 팀 전체 연봉(신인, 외국인 선수 제외) 102억 원으로 10개 구단 중 1위인 한화는 우승 후보로 평가됐다. 한화는 최근 3년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464억 원이나 쏟아부으며 굵직한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반면 팀 연봉 꼴찌(40억 원)인 넥센은 최하위 팀으로 언급됐다. 넥센은 지난해 강정호(피츠버그)에 이어 올해 박병호(미네소타) 손승락(롯데)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그런데 시즌이 개막되니 돈은 순위 싸움의 핵심 키워드가 아니었다. 오히려 돈과 성적은 정확하게 반비례했다. 넥센은 6할대 승률로 1위를 달리며 꼴찌의 반란을 주도했고, 한화는 2할대 꼴찌로 추락했다.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예상대로 혼전이었다. 초반 레이스에서 넥센과 한화를 극명하게 갈라놓은 지점엔 돈 대신 ‘압박’이라는 단어가 자리했다.
넥센을 살린 건 압박이었다. 홈런타자도 떠났고, 홈구장도 드넓은 고척스카이돔으로 옮긴 넥센은 변신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선택한 수단이 도루였다. ‘홈런군단’ 넥센은 올해 팀 도루 1위(11개)로 환골탈태했다. 넥센은 도루를 단순히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플레이로만 보지 않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도루는 정신적으로 상대를 코너로 몰아가는 압박작업”이라고 폭넓게 정의했다.
반면 한화는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며 가진 실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개막 2경기 연속 연장 끝내기 패배 과정에서부터 한화는 스스로를 압박하며 위축됐다. 압박감은 조급함으로 드러난다. 8경기 중 4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퀵후크(3실점 이하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로 물러난 게 그 지표였다. 실점에 대한 공포는 볼넷 허용, 폭투 등의 악성 지표가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마운드의 불안은 타선으로 고스란히 전이됐다. 8일 NC전. 2사 만루 1점 차 추격 상황에서 김경언이 성급하게 삼구 삼진으로 돌아선 건 하나의 단면이었다. 그 장면 이후 김성근 감독은 타율 0.385의 김경언을 서둘러 2군에 보냈다. 또 다른 ‘퀵후크’였다. 한화는 10일 NC전에서 가까스로 4연패를 끊었지만 1회부터 희생번트를 가동하며 조급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화는 로저스와 안영명 등 핵심 선발 투수들이 부상에서 복귀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전력의 플러스 요인이 분명해 반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넥센은 추가 요인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넥센과 한화의 순위 역전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문제는 좀 달라진다. 양 팀의 희비는 전력 그 자체보다는 압박을 이용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압박을 하느냐, 압박을 당하느냐. 올 시즌 프로야구의 중요 포인트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