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균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원장 “신비 푸는게 과학의 마지막 숙제… 인간 수준 AI? 100년은 걸릴 것”
류인균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장이 인공지능 (AI)의 미래를 설명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서 만난 류인균 원장(52)은 인간 두뇌 연구의 수준을 묻자 겸연쩍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2013년 4월 설립된 연구원에서 50여 명의 연구진을 이끄는 류 원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뇌 과학자다. 하지만 그는 인간 두뇌를 “미지의 탄광이고 그래서 과학의 마지막 숙제”라고 표현했다. ‘알파고’ 열풍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사실 인간지능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는 인체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2%에 못 미치지만 에너지와 산소는 20%를 소비한다. 뉴런이라고 부르는 신경세포와 이 신경세포를 돕는 지원세포로 이뤄져 있다. 구조가 복잡할 것은 없다. 하지만 류 원장은 “영문학자도 술에 취하면 A에서 Z까지를 순서대로 읊지 못하는 것이 뇌의 신비”라고 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A B C D E’가 두뇌 속에 순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억뿐만이 아니다. 예컨대 △호르몬 분비가 뉴런에 영향을 미치는지 △감정은 두뇌 전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의식과 무의식 영역은 두뇌 안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모두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인간의 지능과 AI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류 원장은 서울대 의대 입학 시절 얘기를 들려줬다. 공대에 간 친구들은 1982년에 “컴퓨터가 내과 처방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테니 외과를 전공하라”고 했지만 30년이 지나도록 그런 시대는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류 원장은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AI를 보려면 적어도 1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자신의 경험 때문만이 아니다. 비행기는 새를 모방해 만들지 않았지만 AI만큼은 인간 두뇌의 원리를 흉내 낼 수밖에 없는데 그 원리를 어느 정도라도 알아내는 데 수십 년에서 100년에 이르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과학 기술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정말로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할까. 류 원장은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수만 년 혹은 그 이상에 걸친 진화의 결과가 바로 이 ‘두뇌’니까 순식간에 따라 잡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