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선택의 날/기로에 선 여야 6인]
○ 여권 3인의 운명
① “대통령 자격 부족하다” 했던 김무성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평소 “대통령 자격이 부족하다”고 말해 왔다. 대선 관련 질문에 즉답을 피해 왔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끝으로 ‘대표 프리미엄’을 내놓고 내년 대선을 향해 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더라도 김 대표는 당내 다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친박계의 집중 견제를 넘어서야 한다. “아직 강을 넘지 않았다”고 했던 청와대와의 관계도 관심사다. 김 대표는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으려 했지만 총선 이후엔 서서히 자기 목소리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② TK 성적에 달린 최경환의 입지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친박계 신(新)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꼽힌다. 박 대통령 임기 후반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돕고 차기 대선을 관리하는 역할에 최 의원이 적임이라는 것이다. 최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공들인 TK(대구경북)에서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이 대거 당선될 경우 당권을 장악하기 위한 위상은 탄탄해진다.
반면 TK지역 탈당 의원의 무소속 돌풍이 현실화할 경우 이 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은 최 의원의 당내 입지는 약화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친박계가 확실한 차기 대선 주자를 내세우지 못할 경우 김 대표 등으로 권력이 이동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③ 유승민, 무소속 파워 어느 정도?
반면 유 의원이 혼자 생환할 경우 정치적으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이 된다. 4선 정치인이지만 존재감을 발휘할 여지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내심 무소속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유 의원의 복귀를 두고 친박계와 충돌할 수도 있다.
○ 야권 3인의 운명
④ 호남 성적에 달린 문재인 정치생명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중 한 사람은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이들의 정치적 운명은 바로 총선의 호남지역 결과에서 판가름이 난다. 문 전 대표는 이미 호남에서 지지를 거두면 대선 불출마는 물론이고 정계 은퇴까지 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야권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선 호남의 재신임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문 전 대표는 호남 지지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지만 호남 전체 의석(28석)의 절반 이상을 잃거나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 더민주당 후보가 전멸하면 정계 은퇴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⑤ 안철수, 전국 정당 한계?
더민주당의 호남 참패는 국민의당 안 대표에게는 기회다. 국민의당 예상대로 호남에서 20석 이상을 얻을 경우 1차 목표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어렵지 않다. 다만 국민의당이 전국정당, 정권 교체가 가능한 정당이란 점을 보여줘야 대선 주자로서의 안 대표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 특히 수도권 3∼5석을 포함해 전국에서 30석 이상 의석을 확보하면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존재감은 더욱 커진다.
다만 원내교섭단체 구성마저 실패하면 안 대표의 정치생명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안 대표 스스로도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또 서울 노원병에서 재선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직격탄을 맞으면서 당의 구심점이 다른 대선 주자를 향해 옮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⑥ 김종인 ‘107석’에 달렸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일찌감치 107석 미만 의석을 얻을 경우 대표직은 물론이고 비례대표까지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목표 달성 시 추후 열릴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며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반대의 경우 사실상 정계 은퇴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표는 12일 광주를 찾아 “김종인 지도부는 임시 지도부다. 총선이 끝나면 다시 전당대회를 통해 새롭게 우리 당 구성원들이 지지하는 그런 지도부를 민주적 절차로 다시 선출할 것”이라고 했다. 총선 후 당내 주도권 경쟁을 예고한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성호 sungho@donga.com·손영일 기자